김진성·이팔성·최수현·김용환 등 필사의 접촉說
부실채권 논란 불거질때마다 부실 공범 눈총
국회의원·공직자 등 부정청탁 금지 조항 구체화해야
A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기업 사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부실채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은행 여신심사팀들은 좌불안석이다. 부실 공범이라는 시선도 따갑다. 은행마다 별도 협의기관인 여신심사위원회에서 객관적인 심사를 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관치(정치와 관치)에 휘둘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 "특정 기업 봐달라" 정관치 로비
워크아웃을 쥐락펴락하는 정관치 폐해는 경남기업 만이 아니다.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팬택, 쌍용건설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에는 항상 정치권의 압박이 작용해왔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들은 "정치금융은 신규여신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부실기업을 처리할 때다. C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기업 업종의 성장성, 최고경영자(CEO)의 자질, 미래 전망 등을 고려하려면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이 때 외부를 통해 '특별히 봐 달라'는 입김이 들어오곤 한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해마다 시중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점검해 부실징후 기업들을 솎아낸다. 이들 기업의 도산을 막아 최대한 시장 피해를 줄이는 게 금감원의 역할이다. 채권단의 이견을 조율해 적절한 처리 방향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금융의 입김이 작용하곤 한다. 성 전 회장이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2013년 당시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를 만난 이유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다.
◆한계기업은 구조조정…부정정탁 금지조항 구체화
기업 구조조정이 정관치에 휘들리면서 금융자산의 효율적인 배분도 이뤄지지 않는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한계기업을 구조조정할 경우 당장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이 클 것이란 우려에서 정책금융차원에서 지원하다보니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며 "한계기업 역시 기존에 살아남은 선례를 보면서 정상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밟기 보다는 줄을 서서 살아남으려고 하다보니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입김이 관치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이해당사자의 국회 상임위 활동을 차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5월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지난해 6월까지 금융당국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나 관치쪽에서 (금융에)부당한 압력을 넣지 못하도록 이해관계자의 국회 상임위 활동부터 철저히 차단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주식백지신탁 제도 등 기존 제도를 재정비해 금융이 정치나 관치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공직자 등의 부정청탁 금지 조항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미 하원 윤리강령은 의원이 행정부 공직자를 접촉하는 경우 허용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예시해 놓고 있다. 또 로비스트ㆍ컨설턴트 등이 공직자를 만났다면 그 일시와 사유를 기록해 이를 공개하는 '허용과 공개' 원칙도 갖고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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