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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임금격차 심각…日처럼 초기업적 임금기준 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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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기업 간 임금격차가 사회적 형평성을 저해하고 있어, 일본처럼 특정 연령 혹은 근속기간에 대한 임금기준을 설정해 이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이 기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초기업적 임금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도급 등 간접고용으로 전환중인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도 실효성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25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임금 컨퍼런스에 참석해 '임금체계 개혁의 두 과제'를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사회적으로 가장 부각된 임금격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지만 실제로는 기업규모별 임금격차가 더 크다"며 "선진국과 현저히 비교되는 한국 노동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현재인구조사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기반으로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추정한 결과 국내 종업원 1000인 이상 기업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10인 미만 기업 노동자 임금의 1.47배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1.14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정 교수는 "대기업 인력의 능력이 높기 때문에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라는 해석에는 문제가 있다"며 "기업의 지불능력 효과고, 능력격차를 반영해 임금격차가 생기는 게 아니라 임금격차로 인해 능력격차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기업간 임금격차는 사회적 형평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기업적 임금조율'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초기업적 임금조율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초기업적 임금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에서의 균등대우 조항은 사업체 내에 비교가능한 정규 노동자가 있어야만 적용되지만, 초기업적 임금기준이 설정된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비정규고용이 사내외 하도급을 통한 간접고용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어서 현재의 균등대우제도의 실효성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며 초기업적 임금기준 설정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특히 정 교수는 초기업적 임금조율 체계에 있어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유럽의 경우 기업별 임금교섭, 임금체계가 다른만큼, 우리와 비슷한 임금체계를 가진 일본의 사례가 더 참고가 된다는 설명이다.

일본 노동조합운동이 추진했던 초기업적 임금기준 설정 시도로는 개별임금정책이 있다. 이 정책은 예를 들어 30세, 10년 근속 등처럼 일정 속성을 가진 노동자의 임금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모든 조합원의 임금을 이 기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근속과 연령이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정책은 연공임금을 전제로 초기업적 임금기준을 만들려는 시도"라며 " 개별임금정책의 성과는 제한적이었지만 초임을 통일하는 데는 상당한 성과를 거둬, 초임수준이 구직자의 직장선택 기준이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용형태 다양화 시대에 맞는 초기업적 임금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노동시장 평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고용체제의 강고한 기업중심적 성격을 고려하면 임금의 초기업적 결정ㆍ조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평가된다.

정 교수는 "산업별로 직종ㆍ직무별 임금수준을 공동으로 조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성과를 사외 협력업체까지 확대적용하는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컨대 대기업 노사가 주요 직종별로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이것이 사외 협력업체에까지 적용되게 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런 시도가 단기간에 관철될 수 없을 것이므로 장기과제로 설정하고 매년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제언이 소수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억제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기업간 임금격차는 소수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고 전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며 "대기업, 원청기업의 상대적 고임금은 하청기업, 중소영세기업의 상대적 저임금과 연결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더 적절한 대안이 아니냐는 반론에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중요한 방안이라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되더라도 주로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숙련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형평성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금 하향 평준화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일부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임금의 사회적 기준을 설정하는 이유가 그보다 높은 고임금자의 임금을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저임금자의 임금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실행가능성 측면에서는 "경제구조의 이중구조 완화와 병행된다면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초기업적 임금조율은 산업구조조정이 뒤따른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초기업적 임금조율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급격한 산업구조조정은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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