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첨예한 중앙대 내 대립구도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까지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상태이고 타 대학 교수들까지 들고 일어섰다. 국민적 논란으로까지 발전한 학과제 폐지의 종착역은 어디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학교 측은 학과제가 폐지되면 학과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여러 전공을 융합하거나 특정 전공을 신설할 수 있어 학생과 학교의 경쟁력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학교의 발표가 있자마자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학내 여론은 벌집을 쑤신 듯 했다. 먼저 움직인 층은 교수들이었다.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내 3월2일에는 공개적으로 학과제 폐지에 대한 반대 성명을 냈다. "전면 백지화하고 학사구조 개편을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학교 측이 중대한 학사과정 개편을 발표하면서 학과별로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과 사전 공감대를 갖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비대위는 864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쪽에 쏠렸다. 투표에 참가한 555명 중 92.4%가 학과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상치 못한 교수들의 강한 반발에 학교도 강경 대응했다. 비대위 성명이 발표된 2일 이용구 총장 명의의 경고가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이 총장은 이 글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내 혼란을 야기할 경우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문학 위기? vs 중앙대 위기?= 중앙대의 내부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이후 수차례 학과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반복돼왔다. 2013년에는 비인기학과인 비교민속학, 아동복지전공, 청소년전공, 가족복지전공 등 4개 학과를 폐지하고 경영학부는 100명 가까이 정원을 늘려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에도 대학원의 9개 학과를 없애고 인문·예능계열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 속에 다시 학과제 폐지까지 확정했다고 발표되자 교수들은 '기업식 구조조정'이라고 정의하고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인기 학과를 없애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개탄했다.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으로서의 기능과 지위를 이어가려면 이런 조치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교수들은 학교의 조치들에 정부의 배후조종이나 지원설을 제기했다. 김누리 비대위원장(독어독문과 교수)은 최근 한겨레신문 기고를 통해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교육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이 취업률을 강조하고 있으며 취업률에 따라 재정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김 교수는 "평가항목 중 취업률 비중이 가장 높아 교육부의 대학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대학은 취업 중심으로 재편하도록 강요받는다"고 지적했다.
학내 갈등이 국민적 논란으로 커지자 타 대학 교수들까지 나섰다. 성균관대 문과대 교수들과 인하대 교수들은 학사구조 조정안의 철회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도 지난 20일 "중앙대가 대기업이 대학을 맡아 ‘잘못된 이해타산’으로 황폐화시키는 극단적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비대위를 지지했다.
학교 외부에서도 교수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학교 측은 지난 17일 화해모드로 돌아섰다. "혼란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논의를 시작하자"는 이메일을 총장 명의로 교수들에게 발송한 것이다. 사안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학교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인문계열 취업률이 바닥을 기는 다른 대학들도 대학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임에 따라 중앙대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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