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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증세 논쟁, 법인세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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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재정이 구멍 나면서 증세 논쟁이 불붙고 있다. 세금을 올릴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 답을 찾으려면 연속된 질문이 필요하다. 이른바 '세금 없는 복지'는 가능한가. 아니라면 어떤 세금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야당의 주장처럼 법인세 인상이 최선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친절한 해설을 내놨다. 경제활성화에 더 노력해야지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배신이라고. 야당은 발끈했다. 하지만 경제활성화 우선론이 근본부터 틀린 말은 아니다.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도 늘어난다. 나라 곳간에 돈이 쌓여 복지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방책이 있겠는가.
문제는 시간이다. 구멍 난 재원은 발등의 현실이고 경제활성화는 불투명한 미래다. 경제 상황이 어떠한지는 박 대통령이 더 잘 알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세수는 11조원 가까이 펑크났다. 올해는 어떤가. 정부는 성장률 3.8%를 앞세워 예산을 짰다. 국내외 어느 예측기관보다 높은 전망치다. 그런 낙관적 전망이 불러온 결과는 세수의 3년 연속 펑크다. 다시 똑같은 길을 가려 한다.

정부가 증세 대안으로 내세운 지하경제 양성화 카드도 그렇다. 그동안의 학습 결과 대세를 바꿀 만한 예리한 칼이 아니었다. 담뱃값을 올리고 근로소득세를 조정해 정부 스스로 '꼼수 증세'라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배경이 뭔가. 복지는 대세다. 그러나 공짜가 아니다. 돈이 없다. 씀씀이를 줄이든가, 세금을 더 걷든가, 빚을 내 후손에게 떠넘기든가, 선택은 셋 중 하나다.

박 대통령만은 '소신'을 접지 않았지만 여야의 새 지도부가 출범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새누리당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는 고백이 나왔다. 겨우 입을 뗀 증세론의 관건은 접근 방식이다. 야당은 법인세를 겨냥한다. 논지는 이렇다. 세율이 낮다. 이명박 정부 부자감세의 정상화다, 기업 유보금이 수백조 원에 이른다…. 우리 법인세율은 최고 2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세수가 부족하고, 세율이 낮은 편이면 올리는 것도 일책이다. 기업들은 투자 저해를 말하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부자(대기업) 봐주기라거나 유보금 운운은 논리의 비약이다. 중견ㆍ중소기업의 법인세율이 더 내렸다. 유보금은 몇몇 거대기업의 얘기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27%를 정점으로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줄곧 내려왔다. 경기 상황과 맞물린 결과다. 지금도 글로벌 불황에서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다.

보다 중요한 것은 법인세 인상이 복지재원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다. 작년과 올해 2년 치 세수결손만 1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환원해도 세수가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있다. 지난해 법인세 세수 결손액은 3조3000억원이었는데, 삼성전자 한 곳의 감소액만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세율을 올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헛일이다.

정치권은 법인세에서 자유롭다. 부가가치세나 근로소득세, 양도소득세는 표심과 직결된다. 그러나 법인은 표가 없다. 삼성전자만 해도 주주의 70%가 외국인이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법인세를 올렸다고 삼성 직원들이 표로 심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정치권이 법인세를 표적 삼는 속셈이 돼서는 안 된다.

증세를 논하려면 성역 없이 조세와 복지의 모든 것을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 세원을 넓히고 낡은 제도와 불합리를 깨야 한다. 복지도 다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여당은 세금에서, 야당은 복지에서 한 발 물러서 '복지와 세금의 새 틀'을 짜야 할 때다. 박근혜정부는 공약에 발이 묶였다. 정치권이 나설 수밖에 없다.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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