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덤비는 자체가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 우선 비용이다. 유럽우주국은 이번 로제타 프로젝트에 13억유로(1조8000억원)를 투자했다. 다음으로 수행기간이다. 로제타호는 2004년 3월 아리안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10년5개월간 64억㎞를 비행해 지난 8월 목성을 도는 67P 혜성의 궤도에 진입했다. 10년 전인 2004년이라면 한국이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럽우주국은 10년에 걸쳐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황당무계한(?) 프로젝트에 어떻게 10년 동안 예산이 책정되었는지 신기할 정도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길고 긴 장기프로젝트라는 점, 둘째는 처음 들을 땐 말도 안 되는 연구를 수행하는 '오타쿠'를 용인한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포인트는 정확히 한국의 현실과 반대된다.
한국은 연구의 평가 척도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 단기 업적에 대한 집착과 오타쿠의 부정이다. 대학 교수나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은 한 해, 한 해 업적평가를 받으며 그 평가의 기준은 이공계라면 SCI, 문과계열 교수라면 SSCI라는 미국 민간회사의 저널 리스트에 나열된 논문집에 논문이 실리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 학회지도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등재지와 등재후보지라는 논문집 리스트에 따라 평가받는다. 국가가 학자들의 논문을 평가해 점수를 주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도쿄대에 계시는 지도교수께 이런 한국식 논문 평가 시스템을 설명해 드리자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해마다 꼭 이맘때쯤 노벨상 수상이 보도되면, 그리고 일본이 수상이라도 하면 매번 똑 같은 교훈과 반성이 한국 사회를 뒤덮는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의 시스템인 '도토리 키재기식 논문 생산 방식'으로 돌아간다.
아카사키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유행하는 연구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한국에 대입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유행하는 연구에 매달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빨리 그만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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