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검찰은 2011년 11월부터 저축은행 직원을 가장해 대출해줄 것처럼 속이고는 인지대 등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일당 53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총책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경위 출신의 박모씨로 해외 도피 중이다. 드러난 피해는 2000여명에 40억원이다. 하지만 통장 입출금 내역, 범행기간, 피의자 진술 등을 감안하면 전체 피해는 2만여명, 4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해외에서 건 전화였지만 피해자 휴대전화에는 '1588'로 시작하는 번호가 뜨도록 조작했다. 은행 직원인지 의심하면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상담 직원의 사진으로 위조한 주민등록증 사본을 팩스로 보냈다. 기존 보이스피싱 같이 어눌한 발음의 중국 동포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내국인들로 조직을 꾸렸다. 수사의 노하우를 활용해 피해 방지대책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전자금융사기는 최근 5년 동안 12만여건이 발생해 피해액이 4027억원에 달한다. 당사자가 조심해야 하지만 보이스피싱 외에도 파밍(인터넷 사이트 금융사기), 스미싱(문자결제사기) 등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새로운 수법이 활개를 치는 등 날로 진화하기 때문에 대처에 한계가 있다. 과학적 수사기법의 개발과 함께 발신번호 변경 전화 알림 서비스 시행, 대포통장 엄단 등 지속적으로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