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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진 韓 소비자에 한 방 맞은 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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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코리아 [사진=이케아 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이케아 코리아 [사진=이케아 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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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지난 13일 이케아코리아가 8500개 제품의 가격을 선공개하며 한국 마케팅의 포문을 열었다. 이케아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것이다. 9000원짜리 탁자, 2만9900원짜리 서랍장 등 국내서 인기있는 제품을 초특가로 내놓은 것도 국내 기업 대비 자사의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독으로 돌아온 가격 공개 = 하지만 이 시도는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왔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온라인의 대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0만원대 이하의 일부 제품은 저렴하지만, 고가의 제품들은 가격이 해외와 비교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의 사례로 제시된 제품 중 하나는 베스토 부르스 TV장식장이다. 이 제품의 가격은 한국에서 44만9000원이지만 일본 이케아에서는 3만9990엔(한화 37만8000원), 중국 이케아는 1999위안(한화 35만8000원), 미국 이케아는 249달러(27만4000원)에 판매 중이다. 각각 한국보다 15%, 20%, 38% 저렴하다. 미국 이케아는 선택할 수 있는 색상도 4가지로 우리보다 다양하다.

또 헴네스 TV장식장은 한국 이케아서 24만9000원에 팔리지만 중국 이케아에서는 999위안(한화 17만9000원)에 팔리며, 흰색과 검은색만 선택할 수 있는 우리와 달리 중국은 갈색도 선택 가능하다. 이밖에도 스톡홀름 소파, 햄네스 침대 등 여러 제품들이 국내가격이 훨씬 비싼 것을 두고 네티즌들은 공분하고 있다. 해외보다 훨씬 비싼 배송·조립 가격 역시 반감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이를 두고 이케아마저도 국내 소비자들을 '호갱' 취급하느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호갱은 호구(어수룩한 사람)와 고객의 합성어로, 물정에 어두워 제 가격보다 높은 값을 내고 물건을 사는 고객을 이르는 말이다. 제품 가격공개 전까지만 해도 이케아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 가격 정책을 적용하고 있으며, 제품 업그레이드를 통해 매년 제품 가격을 낮추는 혁신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케아 역시 채용간담회에서 평등하고 민주적,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나라 이케아보다 더 높은 가격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호갱' 아닌 '스마트컨슈머' = 이케아가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국내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소비자들의 입소문 때문이었다. 해외에서 이케아를 썼던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케아가 저렴한 가격 대비 좋은 품질, 이른바 '가성비'로 유명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반기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케아는 어디까지나 가성비가 훌륭한 가구일 뿐이다. 가격을 제외하면 다른 브랜드 가구들과의 차별점을 찾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물론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과 대형 매장에서 구경하듯 물건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런 장점은 가격경쟁력에 비하면 부수적인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이케아'와 '북유럽'이라는 브랜드에 홀려 거금을 선뜻 낼 이른바 '호갱' 들이었다면, 대대적인 여론 역풍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케아의 주요 고객층인 20대~30대는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꼼꼼하게 따져 보고, 국내 제품이 비싸면 서슴없이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눈을 돌리는 똑똑한 소비자들이다. 한샘과 리바트 등 국내 가구업체들이 이케아의 진출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정작 이케아에게 한 방을 먹인 것은 소비자들인 셈이다.
이케아 [사진=아시아경제 DB]

이케아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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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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