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성장의 핵심 기반인 무역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행동'을 강조하는 한편,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가교'로서의 역할도 자임했다. APEC 21개 회원국 간 전면적 FTA를 의미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창설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경제영토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FTAAP는 21개 APEC 회원국 전체가 그 취지에 공감해 2004년부터 논의가 진행돼왔다. 사실상 APEC가 지향하는 최종 종착지다. 올해 APEC 의장국인 중국이 주도적으로 'FTAAP 로드맵'을 만들어 중국 중심이라는 시각도 분명 있지만, 이번 회의에서 21개 회원국 중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19개국이 로드맵 채택에 찬성했다. 미국 주도의 TPP나 중국이 추진 중인 RCEP, 개별 국가간 FTA 등 다양한 경제통합 논의가 쌓여 최종적으로 이를 총괄하는 FTAAP로 발전하는 개념이다.
박 대통령은 TPP나 개별 FTA를 '지류'로, FTAAP를 '강'으로 비유하며 아태지역 경제공동체 창설을 위한 회원국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회원국 간 협상 역량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지역경제통합 역량강화 2단계 사업' 추진을 제안하고, 우리 성장경험을 역내 국가들과 공유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모처럼 속도가 붙은 FTAAP 창설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역내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의 이합집산이 빠르게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가 추구하는 '균형외교'가 자칫 '고립외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박 대통령이 이번 APEC에서 보여준 외교적 성과로 이런 우려가 일정 부분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중국)=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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