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한 주요 직책의 적임자를 선거 과정을 통해 뽑는 민주주의 절차상 지지해 준 사람들에 대한 보은 인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선출ㆍ임명된 사람들이 물의를 빚는 경우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사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이든지 힘있는 자들과 그들의 연결망이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시스템의 비효율이 누적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건국 초기 인물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며 존경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기존 질서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거부하며 신대륙 아메리카로 건너온 사람들의 후예인 이들은 기존 질서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국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삼권분립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물이 한 곳에 모여 고이면 썩게 마련이고 권력이나 이권도 한 곳에 모이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사회는 관피아에 더하여 정피아, 해피아, 교피아, 전피아, 노피아 등 별의별 신조어가 다 만들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던 때가 지나고 점차 다시 일상의 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고 가슴 깊이 새겨 국가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 대개조 발언도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로 대표되는 부패 문제는 한 번에 고쳐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우리의 사고방식 및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므로 긴 호흡으로 지속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미래에는 출신ㆍ정권과 관계없이 능력있는 인사가 공정한 기준 및 과정을 거쳐 발탁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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