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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열전] 양날의 칼 '엔低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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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日 무역수지 사상최고 적자…가격만 낮춰선 승산없어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해 연말 아베 총리 집무실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화면에는 일본 증시 닛케이 평균주가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아베 총리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힐끔힐끔 화면을 쳐다보기 바쁘다고 한다.
주가가 총리 지지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사상 최고치인 11조4745억 엔(약 121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아베노믹스'의 핵심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가운데, 석유ㆍ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액이 급등하는 역효과가 커진 결과다.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겨냥한 '제조업 부흥'이라는 목표 자체다. 아베 정부는 한국,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가격을 낮추면 수출이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만 갖고는 승산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일본의 수출액은 2012년 대비 9.5%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수출량은 1.5% 감소했다. 엔화 약세로 달러 기준의 수출액이 늘어나는 '착시효과'만 있었을 뿐, 수출 규모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 '모노즈쿠리'의 상징이었던 소니의 몰락은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소니 신용등급이 정크 등급으로 추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피치는 이미 2012년 11월에 소니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피치가 현재 부여하고 있는 소니의 신용등급은 'BB-'다. 투자 적격 등급보다 세 등급이나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도 올해 1월 소니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으로 낮췄다. 현재 Ba1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Ba1은 투자 적격 등급보다 한 등급 낮은 것이다. 소니의 신용등급은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될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중국 같은 저임금 경제에서나 가능한 제조업 수출에 매달리지 말고 서비스 부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엔화 강세는 일본의 수출이 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였을 뿐이고, 더 중요한 원인은 전자 업계를 필두로 한 혁신 부재였다"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로 불어나고 있는 수입 에너지 가격도 장기적으로는 제조업 경쟁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증가가 제조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면 기업들의 투자는 물론 임금 인상도 어려워진다. 여기에 내년 10월 소비세가 기존 8%에서 10%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가계의 실수입이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우려도 높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기술혁신 기반의 수출품이 늘지 않는 한 '무역입국' 부활의 길은 좀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적자가 고착화하면 수입품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일본 경제는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7.1% 감소하는 등 아베노믹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의 '조기 하야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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