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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피' 한국 자본시장…경영권 방어장치보다 밸류업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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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33차 세미나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필요한가?' 주제
"행동주의 펀드, 적대적 M&A와 무관"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이뤄지려면 경영권 방어수단이 도입돼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 "우리나라는 아직 경영권 탈취 목적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성공한 적이 없고, 오히려 지배주주의 경영권이 지나치게 안정화돼 있다. 방어장치 도입 주장은 문제의 선후를 혼동한 것"이라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필요한가?'를 주제로 제33차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이즌필(Poison pill·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이론적, 현실적으로 모순"이라고 평가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피보나치자산운용의 김규식 변호사. /사진=김대현 기자 kdh@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피보나치자산운용의 김규식 변호사. /사진=김대현 기자 k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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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없이 경영권 방어만 도입할 시 경영진의 사익추구 쉬워져"

송 교수는 "투자자 보호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지금 선행돼야 할 과제는 효율적인 경영자의 경영을 장려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자의 경영을 억지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만 쉽게 하면 경영진의 참호구축을 통해 사익추구가 가능하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밸류업을 통해 주주환원 수준이 높아지고 주가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경영권은 안정된다"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문제는 적대적 기업 인수의 시도나 적극적 주주 관여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행동주의에 대한 방어가 목적이라면 포이즌필 등 현재 논의되는 경영권 방어수단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갉아먹고, '치고 빠지기' 전략 등 단기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재계 주장에 대해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단기 주가 변동은 행동주의 펀드의 평판에 의해 관리되는 측면이 있고, 결국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훼손하면서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채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행동주의 전략은 한두 번의 주주제안으로 그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연구가 필요하므로 쉽게 대상 회사를 바꾸지도 못한다. 따라서 행동주의에 대해 단기 실적주의라고 공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행동주의가 적대적 M&A 시도한다는 주장, 상상 속 괴물과 싸우는 것"

패널토론 순서에서도 경영권 방어장치 확대 요구에 대한 박박이 이어졌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의 김규식 변호사는 "지배주주는 다른 일반 주주의 돈을 받아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상황에서 경영권 확대를 요구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도 "밸류업은 주가를 높이자는 것이다. 포이즌필이 도입되는 순간 경영진은 '지배권을 영원히 누린다'고 생각하면서 주가를 더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5% 지분으로 이사회 전체를 갈아치울 수도 없다. 국내에 적대적 M&A 사례가 사실상 한 번도 없었는데, 상상 속 괴물을 두고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 수준이 높은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토론 진행을 맡은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은 "일본에선 비효율적 경영자가 일반주주로 밀려난 뒤 거꾸로 주주제안을 하는 사례가 나온다"며 "외국 펀드가 경영권을 뺏은 게 아니라, 독립된 이사회가 구성된 뒤 업계 전문가가 들어와 경영진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전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대현 기자 kdh@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대현 기자 k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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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일본에서 적대적 M&A가 성공한 사례는 최근 6년간 15건, 사전협의를 통한 인수사례는 매년 60~70건이었다"며 "일본 당국은 이를 '일본의 M&A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한다. 밸류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 본부장은 "미국에서도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넣으려는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 추세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경영권 방어수단을 없애는 방향인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려고 한다"며 "방어수단을 달라고 하려면 경영부터 잘해야 한다. 기업 가치도 못 올리고 주가도 신경 쓰지 않은 상황에선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했다.


현행 체계에서 개선이 필요한 지점들도 제시됐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배주주 견제를 위한 현행 3% 의결권 제도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도입 과정에서도 왜 '3%'로 기준이 정해졌는지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본래 감사 선임에 활용하라는 게 도입 취지였는데, 지금은 사실상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진출할 수단으로 쓰인다"고 짚었다.


아울러 '밸류업을 하면 주가가 높아져 지배주주의 상속세 부담이 높아진다'는 우려에 대해 김 변호사는 "경영권을 특정 가문이 세습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라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속세율을 35%까지 내리자고 이미 제안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지배주주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빠르게 밸류업을 해서 국민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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