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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상처받긴 싫어"…가로주택정비사업 '재개발노이로제' 해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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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출구전략에 주민들 불안…가로주택정비사업에 '기대반 우려반'
시범지역 장안동 "공신력 갖춘 SH공사가 맡아줬으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 뉴타운 해제 지역 주택가.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낡은 저층 주택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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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재개발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좁은 골목을 사이사이에 두고 낡은 저층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주택가. 지난 주말인 21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인 조모씨(72)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는 "뉴타운 사업을 추진해온 지난 8년간 주민들끼리 갈등만 깊어지고 시간만 끌다 결국 무산됐다"며 "남은 건 상처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종로구 창신ㆍ숭의동 일대는 지난 2007년 4월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면서 기대를 불러모았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와 고도제한 등 다양한 문제가 얽히면서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되기까지 이 지역 주민들은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이에 주민들은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정비ㆍ재생 사업에 불안해하면서도 또다시 희망을 걸고 있다. 특히 주민들 중 일부는 지난 2012년 서울시가 도입한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소규모 주거환경 정비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이 지역에서 24년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최경숙(61ㆍ여)씨는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며 지난 4월에 이 지역 일대가 도시재생사업 선도지역으로 선정이 됐다는데 그것도 들어보니 별 거 없더라"며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괜찮은 거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제대로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박모씨(54ㆍ여)는 "전체적으로 동네가 노후화된 데다 곧 겨울인데 난방이 안 되는 집들도 많다"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 뿐만 아니라 3가구까지 분양이 가능하니 노후 임대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물론 뉴타운 지정 해제 지역들 중에는 창신 2ㆍ4구역과 같이 다시 민간 주도의 재개발을 추진하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뉴타운 해제 지역 주민 다수는 공공성이 담보된 소규모 도시재정비 사업을 요구했다. 숭의동 주민 양모씨(65)는 "대규모 재개발 방식은 이제 다들 몸서리를 친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재정비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라는 것도 공공에서 보증을 해준다거나 비슷한 성공 사례라도 있어야 주민들이 믿고 시작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첫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장안동 일대 모습.

▲가로주택정비사업 첫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장안동 일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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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지구와 함께 가로주택정비사업 시범단지로 선정된 동대문구 장안동 326 일대에서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단독주택정비예정구역인 장안동의 경우 구역 해제와 함께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장안동 주민 김모씨(49ㆍ여)는 "조합구성 이후 과정이 뉴타운 개발 단계와 거의 같다"며 "이런 복잡한 업무를 주민들에게만 맡기면 분명 원활한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주민들 대부분이 공신력 있고 전문성도 갖춘 SH공사가 맡아서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용(58)씨는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으려면 층수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10층까지 늘려준다고 해도 그 정도 건물을 지어서 어느 정도 수익이 날 지 모르겠다"며 "분담금 산정 결과 비용이 적게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주민들 사이에서 사업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낡고 오래된 주거지역의 도로와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고 최고 7층 높이의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도시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 8월 도입됐다. 가장 먼저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서초구 반포동 577 서래마을 지구(55가구)와 동대문구 장안동 326 일대(56가구) 두 곳은 이르면 올 하반기 조합설립을 마치고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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