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절망은 눈앞을 캄캄하게 하는가. 왜 분노는 인간을 눈멀게 하는가. 왜 슬픔은 눈물을 만드는가. 왜 고통은 인간에게 눈부터 감게 하는가. 왜 큰 고함을 지를 땐 눈을 지긋이 감는가. 어둠은 집중이며 신비이며 미지이며 시작이며 순수이며 태초의 말씀이라는 것. 모쪼록 어두울 때 인간의 본연의 겸허와 순수를 회복한다는 것. 빛이 만들어온 잠정적이고 찰나적인 세상에, 그 세상보다 훨씬 오래 산 어둠이 말해주는 속삭임을 들을 수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밝음은 어둠보다 훨씬 경박하고 단조롭고 투박하다. 어둠을 마음의 바닥에 가진 자, 때때로 그 어둠의 물빛에 스스로를 비춰보며, 빛이 없던 날들의 그 완전한 평화와 정적을 기억해내는 자야 말로, 이 세상에 잠입한 천사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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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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