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고, 건양다경은 더 심오하다. 건양(建陽)이란 양기를 돋운다는 의미이다. 양기는 무엇일까. 그냥 쉽게 말하면 햇살 기운이다. 겨울에도 햇살은 있고 봄에도 햇살이 있는데, 굳이 입춘을 맞아 그 햇살 기운을 돋운다는 뜻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린 옛 사람들의 '시간'에 관한 사유를 읽어야 한다. 한 해는 왜 한 해이며 한 달은 왜 한 달인가. 1년은 바로 '해'의 순환을 시간으로 번역한 것이며 1개월은 '달'의 순환을 시간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달이 차고 이우는 것이 한 달의 순환이듯, 해가 큰 원을 한번 그리는 것이 바로 한 해의 순환이다. 그 해가 처음 햇살을 낼 때가 언제인가. 바로 동지라고 한다. 1년중 밤(陰)이 가장 긴 동지, 추위의 한 복판. 그 때 일양(一陽, 햇살 한 가닥)이 시생(始生, 태어남)한다. 그때 함께 태어나는 것이 매화의 화정(花精)이라고 한다. 이 꽃은 이날 생의 기운을 얻은 뒤 봄날에 마침내 꽃으로 벙그는 것이다.
햇살이 튼튼해지는 일은, 생명에게는 최고의 축복이다. 이제 모든 것은 생명 속에 들어있는 프로그램 대로 번성과 성숙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러니 경사 밖에 더 있겠는가. 그래서 건양다경이다. 하지만 그 좋은 햇살도 잘못 쓰면, 눈물이 찾아오고 한숨이 들끓을 수 있다. 그러니 좋은 햇살을 좋게 써야 한다. 감사하고 음미하고 북돋우며 겸허하게 써야 한다. 그래야 진짜 경사를 쌓게 된다. 건양다경 네 글자만 제대로 읽어내도, 천하의 경전 몇 개 읽은 것과 진배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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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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