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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인사(人事)를 생각함(144)

최종수정 2020.02.12 10:23 기사입력 2014.09.0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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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나 고개를 꾸벅 숙여서 하는 절, 혹은 눈짓을 보내며 하는 알음신호를 '인사'라고 하는데, 조직체에서 사람을 뽑고 돌리고 상벌하고 하는 따위도 '인사'라고 말한다. 한자로도 같은 '인사(人事)'인데 굳이 둘을 구분하려고 앞의 것은 앞에 액센트를 줘서 인'사라고 하고, 뒤엣것은 뒤에 힘을 줘 인사'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앞의 인사에는 왠지 상냥한 구석이 있고 뒤의 인사에는 왠지 살벌한 구석이 있어서 혼동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강박이 작용한 탓일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사 잘 하는 사람이 인사 고과도 좋게 되어 있다. 물론 형식적인 인사 동작만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철마다 인사 선물 잘 보내고, 때마다 챙겨주는 그 '인사'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의 인사를 많이 하는 이에겐 타인에 대한 사려와 배려와 고려와 숙려가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조직 생활에서 그런 것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최소한 인사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 한 덕목을 갖춘 셈이니, 그게 꼭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인사를 매력적으로 하고 인사를 공손하게 하고 인사를 여운있게 하는 사람은, 사람이 마음 문을 여는데 얼마나 사소한 법칙들이 작동하는가를 꿰뚫고 있는 이다. 인사성만 밝아도, 인사에 깨끗한 진심만 담을 줄 알아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후하게 만들고야 만다.
인사철은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면, 을사년이 아니더라도 을씨년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생존 여부가 왔다갔다 하고, 영예와 굴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즌이다. 동료를 이겨야 살 수 있는 곤혹스런 승리도 있고 친하던 동료에게 밟혀 의자 한개만 달랑 남는 섬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인사를 '하는' 쪽에서는 어떻게든 조직의 생기와 활력을 업시키고, 또 인재를 적소에 앉혀 의기용기진기명기가 백배로 충천할 수 있는지 고심하는 일이지만, 그것에 따라 옮겨다니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야하는 쪽에서는 영락없는 살생부요 세익스피어도 쓰지 못할 절절한 희비극이다.

그런데도 그 살풍경의 원칙은 늘 상기해두는 게 좋다. 칼끝이 내게 닥쳤을 때 어이없음과 황당함과 억울함과 분노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법이지만, 인사의 기본 뜻이 '사람(人)을 섬김(事)'이라는 사실은, 특히 인사를 행하는 쪽에서는 꼭 기억해둘 만한 말이 아닐까 한다. 저 섬김을 그냥 '사용(事用)'으로 읽는 순간, 인간은 기계가 되며 도구와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인사는 늘 그런 위험과 유혹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만들어내는 힘은, 사람들이 모여서 내는 '무엇'이다. 그 무엇은 기계적인 역량의 합산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간(間)에너지가 만들어내는 폭발력인 경우가 많다. 사람을 섬겨야 하는 까닭은, '자발성'이야 말로 간에너지를 만드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인사 고과를 위해 이런저런 기록을 하고 자기 기록도 적어넣는 중간 자리에서, 고심하는 것은, 역량과 캐릭터와 나이와 성별은 달라도, 하나하나의 개별자 인간이 지닌 본질적인 존엄성이다. 기업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사람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 합리적이면서도 치열한 섬김의 실천은 어떤 것인지 물어보며, 섬길 사(事) 한 글자를 자꾸 떠올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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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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