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 7·30 재보선을 통해 정계 복귀를 노렸던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수원병(팔달) 후보의 낙마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민선 3기 경기도 지사를 역임한 데 이어 야당 당대표를 수차례 했던 그였기에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수원병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 후보가 정치신인이라할 수 있는 김용남 새누리당 당선인에 패배한 것은 더욱 뼈아픈 부분이다.
임태희 새누리당 수원정(영통) 후보 역시 이번 재보궐 선거를 정치복귀의 장으로 삼고 준비했다는 점에서는 손 후보와 차이가 없다. 당초 임 후보는 평택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공천잡음을 거치며 영통에 출마하게 됐다. 김두관 새정치민주연합 김포 후보도 연고가 없는 김포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세 거물의 향후 거취는 선거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세 후보 모두 본인들이 원하지 않았던 지역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동정론을 등에 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단순한 후보가 아닌 대선 주자급 후보였다는 점에서 사지(死地)에 들어가더라도 활로를 개척했어야 했다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좌절을 맛보게 되면서 이들 세 후보는 한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한 채 여론추이 등을 관망하며 기회를 엿볼 것으로 관측된다. 손 후보와 김 후보의 경우에는 대선 패배 이후 독일 유학을 다녀온 지 1년이 채 안 됐다는 점에서 다시 해외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업을 이루고자 하는 영웅이 실력을 키우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을 비유하는 잠룡물용(潛龍勿用)의 계절이 온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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