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낱말의 습격]구업, 입으로 하는 일(104)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말로 빚어지는 일이 구업(口業)이다. 말로만 되는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이 말만으로도 정말 '천냥 빚을 갚는' 위력을 만들어낸다. 그 정도의 위력이 아니더라도, 소소한 말의 영향력은 정말 헤아릴 수 없다.

내 귀에 들어오는 잊지 못할 말들이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품평이나 행적에 대한 요약이 들어올 때도 있고, 몰랐던 이야기가 문득 귀띔처럼 틈입하여 그간에 피상적으로만 이해했던 무엇을 뚜렷이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들도 있지만 대개는 험담이나 허튼 소리들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들이 돌고돌아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그 사람은 설마 그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올지 몰랐거나 혹은 방심했겠지만, 그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서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상당히 바꾸는 경우도 있다. 무심코 뱉은 말이, 그 당사자에게 전해지지 않을 거라는 그 생각이 스스로를 위험해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린 정말 기가 막히게 잘 까먹는다. 타인에 대한 감정적인 비판은 자신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과 같다. 숨어서 하는 비판은 스스로의 뒤통수에 대고 그것을 휘두르는 격인 셈이다.

말을 신중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뱉은 말에 대해선 그것이 어디에 놓이더라도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그 말은 온전한 것이다. 누군가가 뱉은 사소한 '나에 대한 말'이 금방 내게로 전해져, 그때까지 그를 몰랐던 내가 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금. 나의 말이 어딘가에서 나를 새롭게 만드는 무엇이 되어 있을 것을 생각하며, 새삼 옷깃을 여민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