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대국민담화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전히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지난 9일 '조만간'이란 단어를 덧붙이며 대국민담화가 있을 것이란 사실을 언론에 처음 알렸다. 13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많은 의견을 들었고 조만간 발표하겠다"며 담화가 임박했음을 확인했다.
'조만간'의 상식적 시효는 다 돼가지만 여전히 일정 발표를 미루는 데는 '타이밍'에 대한 고민과 담화내용 조율의 치열함을 상정할 수 있지만, 청와대 내부 분위기로는 '내용'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정권에 대한 불신이 가라앉기는커녕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설픈 대책으로는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는 판단일 텐데, 박 대통령이 담화를 결심한 지 20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다 보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조만간'이란 표현의 한계치가 있어 시점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다음 주 중반마저 지날 경우 지방선거를 불과 보름 앞두게 돼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눈앞의 여론보다는 본질적인 처방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성향으로 미뤄볼 때,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담화 일정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담화의 본질은 내용임에도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 상황은 청와대 의도든 아니든 여론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사과의 진정성이나 대안의 충실함보다는 관심과 기대감을 증폭시켜 지방선거에서 여권을 돕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읽힌다면 담화 내용과는 별개로 민심 악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월2일
박근혜 대통령 "제대로 된 대안을 가지고 국민에 사과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5월9일
민경욱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여러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도 하게 될 것이다."
5월11일
민경욱 대변인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조만간 대통령께서 직접 대국민담화를 통해 발표할 것이다."
5월13일
박근혜 대통령 "그동안 많은 의견을 수렴했고 연구 검토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해서 조만간 이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5월14일
민경욱 대변인 "담화 시기 자체를 모른다."
5월16일
민경욱 대변인 "(최소한) 내일은 아닌 거 같은 생각은 갖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