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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언니·오빠 추울까봐…" 팽목항 찾은 어린이들

최종수정 2014.05.06 11:15 기사입력 2014.05.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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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팽목항을 찾은 임승민(7)군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글을 적고 있다.

5일 팽목항을 찾은 임승민(7)군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글을 적고 있다.


[진도(전남)=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이혜영 기자] "뉴스를 본 승민이가 '엄마 배가 쓰러졌대요. 사람들이 저 안에 있대요'라고 말했어요. 아이에게 이 쓰라린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지 않으면 잊어버리잖아요."

광주에 사는 마성미(39)씨는 올해 어린이날엔 아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는 대신 팽목항을 찾았다. 엄마 손을 잡고 팽목항에 온 임승민(7)군은 맨 먼저 게시판 앞으로 다가갔다. 이 게시판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글귀를 적는 공간이다. 승민이는 노란색 포스트잇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힘내세요'라고 써 내려갔다.
진도에 시부모님이 산다는 마씨는 이날 고모네 가족까지 세 식구가 함께 팽목항에 왔다. 성미씨 가족과 함께 온 고모는 "나도 저 또래 자식이 있는데 남의 일이 아니야. 남의 일이"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20일째인 5일 어린이날, 팽목항은 승민이네 가족처럼 희생자 가족을 추모하기 위한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가족 단위의 추모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갓 두돌 지난 아이를 안고 팽목항을 찾은 신혼부부도 있었고 경북 경산에서 엄마, 오빠와 함께 온 여고생도 있었다.

경주에서 7시간 걸려 왔다는 은별이네 가족은 어제(4일) 밤에 광주에 떨어졌다. 어머니 정모(44)씨는 "TV에서 뉴스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 "외동자식을 잃은 부모들도 많다는데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면 얼마나 귀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리본이 나부끼는 방파제에서 박은별(8)양은 고사리 손을 크게 흔들었다. 머리에는 큼지막한 노란리본을 달고 있었다. 아직 차디찬 바다에 있는 언니, 오빠들이 무사히 가족 품에 안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리본이었다. "언니, 오빠한테 인사하고 가야지." 정씨가 은별이에게 속삭이자 은별이는 "언니, 오빠 무사히 돌아와요"라고 중얼댔다.

충남 천안에서 열한 살 딸과 함께 온 심귀숙(41·여)씨는 자가용으로 4시간을 달려 팽목항에 닿았다. 심씨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한국사회 전체가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씨의 딸은 "언니랑 오빠가 추울 것 같아서 응원하는 글을 적었다"고 했다.

두 아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서인수(50·남)씨는 "아이들이 어린이날이라서 어디 놀러가고 싶었을텐데 여기 가자니깐 바로 따라나서더라"며 아이들이 대견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는 "같은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고 착잡하다"며 "사고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밝혀지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희생자·실종자들을 추모했다.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방파제에 서서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방파제에 서서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연휴 기간을 이용해 단원고 학생들과 동향(同鄕)인 안산 시민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실종자에게 바치는 음식이 즐비한 제단 옆. 휠체어에 몸을 실은 한 여성이 두손을 모아쥐고 기도에 한창이었다. 여성과 동행한 남성이 "경기도 안산 와동성당에서 왔다"고 귀띔했다. 팽목항까지 오기 불편하지 않았냐 기자의 질문에 "아니요. 전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종자 시신이라도 빨리 수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새벽 선내 3·4층을 집중 수색한 결과 희생자 11명을 추가로 수습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소조기가 다가오면서 실종자 수색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종자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현재 진도에는 팽목항과 체육관에 각각 150여명, 60~80여명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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