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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클릭]2년 항암치료에도 해맑은 11살 꼬마숙녀 수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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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가서 놀고파요"

▲"제가 그린 거예요."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수빈이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11살 수빈이의 현재 꿈은 패션디자이너다. 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제가 그린 거예요."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수빈이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11살 수빈이의 현재 꿈은 패션디자이너다. 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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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템베아(걸어가) 킴비아(뛰어가) 템베아 킴비아, 루카루카루카(깡총깡총깡총) 시마마 카(일어나 앉아)."

다섯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탄자니아 민요인 '시마마 카'를 부르고 있다. 아이들은 가사에 맞춰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고 손바닥을 마주친다. 그런데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흰 마스크를 벗지 않는 아이들. 머리카락은 빡빡 밀었거나 또래보다 짧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이하 소아암협회)에서 백혈병 투병 중인 이수빈(11·가명)양을 만났다. 이날 수빈이는 '원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원데이'는 치료 때문에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소아암협회에서 운영하는 통합성장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하루 동안 오전에는 국어와 수학을, 오후에는 통합 음악 수업을 진행한다.

수빈이 어머니 김유선(43·가명)씨는 "수빈이가 학습 수준은 2학년인데 4학년으로 학교에 다니려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며 "하루 정도는 마음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서 이리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수빈이는 2학년 여름방학 때인 2012년 8월 '림프모구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림프모구 백혈병은 악성 백혈구가 골수에서 너무 많이 만들어져 정상적인 세포를 손상시키는 병이다. 학교에 다닐 수 없어 인터넷 수업을 받으며 유급을 면한 수빈이는 다행히 상태가 많이 호전돼 지난 3월부터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평소 건강하던 수빈이가 기운이 없고 자꾸 아프다고 해서 동네 소아과에서 피검사를 했는데 큰 병원에 가라더군요. 그날이 토요일이라 '월요일에 가면 안되냐'고 했더니 바로 가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덜컹 겁이 났죠." 수빈이 엄마는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수빈이 엄마는 결국 이날 큰 병원을 찾지 못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찾은 병원에서 믿기지 않는 말을 들었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당시 수빈이 엄마는 백혈병이 무서운 병이라는 것만 알았다. 그래서 첫마디가 "우리 수빈이 죽어요?"였다. "입원해야 한다고 했더니 큰 병원에 입원하는 게 처음이라 그런지 수빈이가 좋아더라고요. 일주일 후 수빈이한테도 병명을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복도에 지나가는 빡빡머리 아이들을 가리키며 '수빈이 친구인거 같아'라고 말했어요."

첫 입원에 들떠있던 수빈이는 이때부터 집에 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단다. "나쁜 균이 들어있어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수빈이의 첫 마디는 "내 머리도 다 빠져?"였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소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1년 넘게 집중 항암치료를 받던 수빈이는 지난해 3월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 보통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머리카락을 바짝 자른다. 어차피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빈이가 머리 자르는 것을 싫어해 수빈이 엄마는 마지막 한 올이 빠질 때까지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여자아이라 머리에 굉장히 민감했어요. 지금도 예쁜 옷을 입고도 '머리가 안 받쳐줘서 코디가 완성이 안 된다', '머리가 짧아서 친구들이 남자로 생각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해요." 수빈이는 유치원 시절에 찍은 사진을 자주 본다고 한다. 긴 머리 시절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오는 6월 할머니 칠순을 맞아 찍으려고 했던 가족사진도 수빈이 머리가 조금이라도 자란 후에 하려고 연말로 미뤘다.

수빈이는 현재 재발방지를 위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약을 먹고 한 달에 한 번은 정맥주사를 맞는다. 또 세 달에 한 번은 수빈이가 가장 싫어하는 척추 주사를 맞아야 한다. "머리가 핑핑 돌고, 속이 막 울렁 울렁거리고, 얼굴이 두 개로 보였다가 네 개로 보이고 그래요." 힘든 치료 중에도 또래 소녀의 해맑음을 잃지 않은 수빈이.

수빈이의 소원은 대중목욕탕과 수영장에 가는 것이다. 면역력이 약해 먹을 수 없는 육회, 생선회 등은 수빈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재발방지 치료가 끝나는 연말이면 회도 먹고 목욕탕에도 갈 수 있다. "캠핑가고 싶어요. 가족들이랑. 목욕하고 놀고 하룻밤 자고 싶어요. 수영장도 가고 싶고." 수빈이의 버킷 리스트는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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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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