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니요시 교수의 쓴소리…"과거·미래 연결해 개성있는 디자인을"
쿠니요시 나오유키 요코하마시립대 교수의 일침은 한국이 그동안 얼마나 도시 디자인에 무심했는지 말해준다. 도시 번영의 상징을 높은 건물이 줄지어 들어서는 광경으로 보여주려 했던 과거 도시 철학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쿠니요시 교수가 손꼽은 사례는 서울시다. 청계천 수로 만들기, 광화문 광장 정비, 강남구 보도공간 정비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쿠니요시 교수는 "서울시는 총괄적인 도시 디자인 계획을 바탕으로 디자인사업본부라는 강력한 추진 조직을 설치하는 등 선진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도시"라며 "공공 공간과 공공시설 정비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앞선 대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민간 건축물을 포함한 가로 정비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쿠니요시 교수는 "고층 건물로 구성된 단조로운 경관을 개선하는 동시에 지역의 역사·자연 자산을 활용하고 고령자 등에도 친절한 도시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행정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과 기업의 협력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낼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의 흔적 일부를 미래로 연결해 도시의 개성을 쌓는 도시디자인 철학"이 반영돼야 한다는 얘기다.
40여년 동안 흔들림 없이 도시정비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통일된 철학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쿠니요시 교수는 "시장이 바뀌면서 도시정비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거의 매번 있었다"면서도 "도시디자인팀, 지역 정비의 이념을 공유하고 요코하마를 소중히 여기는 지역시민 등이 '요코하마의 독자성을 구축한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쿠니요시 교수는 공공 주도로 도시 정비를 할 때 범하기 쉬운 오류가 있다고도 했다. 이론(계획)과 현실의 괴리다. 쿠니요시 교수는 "요코하마 정비사업의 경우 외부 도시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하며 이 괴리를 뛰어넘었지만 많은 도시에서는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전문가가 활동하고 행정 쪽에서도 이를 조율하지 못하곤 했다"며 "수십년 동안 정비사업을 이어가려면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고 내부에서도 인재를 길러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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