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의 문제 인식은 중요하다. 그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느냐도 중요하며, 그의 발언이 신중이라는 미덕을 지니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향후 경제 정책에 대한 믿음과도 직결되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카드사태의 해결책은 아니며 카드사태의 본질도 아니라는 점 또한 중요하다. 모두가 불신하고 불편하고 불안하고 불만스러운 이 가운데에, 과민한 여론을 업고 정의의 투사처럼 그 실언에 대해 융단폭격을 하는 것이 이성적이냐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 그의 발언이 현실적인 무지에서 비롯된 점까지 보이는 심각성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우선 취지부터 들여다보고 따지는 게 순서이다.
나는 부총리와 일면식도 없고 그와의 개인적 이해(利害)관계는 전혀 없다. 경제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이 부족하고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수행해나가는 데에 인상적인 역할을 해오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실언과 실격을 문제로 지금 부총리를 몰아붙이는 것이 카드사태를 푸는 정의 실현은 아니다. 덧붙여 말하면 나도 카드 피해자이며, 아직도 여러 정보가 유출됐다는 확인을 받은 그 카드를 교체하지 못한 불안한 금융소비자이다. 부총리의 실언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언론들이 대신 격앙해주는 그 여론대행이 나의 요즘의 불신과 불편과 불안과 불만을 잠재우는 데는 턱없이 못 미친다. 분노가 치민다고 본말을 뒤집어서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냉정과 사태 직시라는 부총리의 취지를 듣는 귀도 필요하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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