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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의 영원한 별 지다… 김정태 前국민은행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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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금융권의 별 하나가 졌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2일 오전 10시 30분 급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7세. 길잖은 생애엔 얘깃거리가 넘쳤고, 말년은 소박했다.

'최초' '발탁' '깜짝'이라는 수식어는 늘 그의 몫이었다. 1947년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주일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잠시 조흥은행에 몸담았다. 그 뒤 1976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20년 넘게 증권맨으로 살았다. 33세에 상무로 발탁돼 금융권에 파란을 일으켰고, 1997년 동원증권 사장에 올랐다.
1998년 김 전 행장이 주택은행장(현 국민은행)에 발탁되자 금융권이 뒤집어졌다. 당시 '1원 월급'을 선언한 일은 지금까지도 화젯거리다. 증권사에서 은행으로 옮긴 고인은 배포좋게 "월급은 1원만 받겠으니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40만 주를 달라"고 했다. 그는 적자였던 주택·국민은행을 흑자로 돌려놓으며 2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아 절반을 사회에 내놨다.

국민·주택은행 합병 뒤 초대 통합 국민은행장으로 주가를 올려놓은 것도 유명한 얘기다. 출범 당시 4만원 선이던 국민은행 주가는 고인 재임 중 9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증권가엔 '김정태를 보고 국민은행을 산다'는 말이 파다했고, '최고경영자(CEO) 주가'라는 신조어가 이 때부터 회자됐다. 2001년 9·11 테러 후 폭락장에선 헐값에 우량주를 사들여 대박을 냈다. 보수적인 은행의 투자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쓴 사건이었다.

타고난 장사꾼이며 승부사였지만, 외압에는 꼿꼿했다. 정부의 서슬이 퍼렇던 2004년 'LG카드 사태' 당시엔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정부에 '아니오'를 외쳤다. LG카드 파산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져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다는 고집이었다. 관가에선 "말 안듣는 김 행장이 금융기관을 금융회사로 바꿔놨다"는 후일담이 돌았다.
생애 내내 주인공으로 조명받았지만, 고별 무대는 깔끔했다. 3년 임기를 마친 뒤 미련없이 은행장 자리를 던졌고, 새 정부의 입각 제의도 뿌리쳤다. 이후 사망할 때까지 경기도 고양시 전원주택으로 물러나 농장을 가꿨다.

지인들은 "강골은 아니었지만, 지병이 호전되던 중 황망한 소식을 들었다"면서 "지난주 갑자기 집에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경진씨와 아들 운식(브로드컴 근무), 딸 운영(구글 근무)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02-3779-1918), 발인은 4일 오전 9시, 장지는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이다. 유족들은 부조와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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