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새벽 1시 30분. 잠든 아내를 깨우고 눈시울을 붉혔다. 혼자 누릴 수 없는 감격스런 소식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 조건은 7년간 1억3,000만달러나 됐다. 한국은 물론 역대 동양인 빅리거 최고 몸값이다.
“지난 13년이 5분 동안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 정도 목표를 잡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건 아니었는데.”
사실 ‘초대형 잭팟’은 예견된 결과다. 2009년 풀타임 빅리거로 거듭나 이듬해 2년 연속 3할 타율·20홈런·20도루를 뽐냈다. 신시내티 레즈에서 뛴 올해는 높은 출루율(0.423), 수준급 선구안(112볼넷), 장타(21홈런 장타율 0.462), 빠른 발(20도루)에 중견수 수비까지 무난하게 소화했다.
“3할 타율에 미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추신수는 “그래도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때리는 등 즐거운 일이 많았다. 특히 조이 보토(신시내티)가 인정한 300출루가 의미 깊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텍사스는 FA 자격을 얻기 전부터 염두에 둔 곳이었다. 우승권 전력, 적극적인 구애, 도시 환경 등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존 대니얼스 단장의 7년 제안도 빠뜨릴 수 없다. “장기계약을 기피해온 단장 아닌가. 솔직히 깜짝 놀랐다”고 고백한 추신수는 “부담이 되지만 스스로를 잘 다스려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보직은 대략 정해졌다. 최근 론 워싱턴 감독과의 면담에서 톱타자 겸 좌익수를 요청받았다. 가끔은 지명타자로도 출장할 계획. “호흡이 괜찮을 것 같다”고 예상한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 모셨던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 많이 부분이 닮았다. 특히 선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목표는 마흔 살까지 건강하게 뛰는 것이다. 올해 수립한 100안타·100볼넷 등의 다양한 기록도 계속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야구장 밖 목표도 있다. 일단 멋진 남편이다. 추신수는 “세 아이를 낳고도 단 한 번 산후조리를 못했다”고 아내를 소개하며 “그동안 받은 지극정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현명한 길잡이 역할까지 해 준 점에 거듭 고마워했다. 돈벼락을 맞은 추신수는 기부천사도 꿈꾼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서 무얼 하겠나. 남에게 베푸는 것이 곧 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그는 “이젠 정말 나눔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공언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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