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장고 끝 결단
현 회장은 남편의 유지를 받드는 마이 웨이를, 최 회장은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회장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같으면서도 다른 두 여성 오너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주목된다.
현대그룹은 금융 3사 및 현대상선의 자산을 대거 매각하는 등 그룹 다운사이징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발표했다. 최소 3조3400억원의 자금 조달을 통해 1조3000억원가량의 부채를 탕감하고 2조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매각을 통해 7000억~1조원 이상을 마련한다. HMM 의 항만터미널, 벌크선 일부, 부산 컨테이너 야적장, 인천 항동 부지, 해외(미국ㆍ중국ㆍ싱가포르) 부동산 등도 팔아 1조9800억원을 공수한다. 이 외에도 현대상선 외자유치, 현대엘리베이 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 반얀트리 호텔 매각 등도 추진해 6600억원을 들여온다.
현 회장은 지난 8월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고 정몽헌 현대그룹 전 회장의 선영을 찾은 자리에서 "한길을 개척해 나간 정 회장의 꿈과 도전정신을 잘 이뤄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등에 의지하지 않은 자구책을 마련한 것도 생전 남편이 형들과 '형제의 난'을 벌일 정도로 원만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은영 회장, 사실상 경영권 이양= 현 회장이 매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면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사활을 맡겼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긴급 자금 1500억원을 지원한 것과 더불어 연내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내년 상반기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윤주식 한진해운 부사장은 "(한진해운은) 비주력 사업부문을 매각해 2조원을 확보할 것"며 "향후 지배구조는 결정된 것이 없지만, 내년 유상증자 이후 대한항공이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고 조수호 회장의 별세와 함께 닥친 금융위기로 불황의 파고 속 한진해운을 7년간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끝을 알 수 없는 침체 속에 선장직을 내려놓는 초강수까지 내놓은 셈이다.
한편 이 같은 국내 1·2위 선사들의 자구안은 손 벌릴 곳 하나 없이 사면초가에 놓인 우리나라 해운업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해운업계로 들어오는 자금줄이 끊겼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정부 설립 초기부터 해운업 지원을 운운했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늦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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