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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뷰]짐머만·섬팅왕...美 여전한 인종차별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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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이 짐머만 판결로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제 18순회법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흑인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을 다툼끝에 총으로 살해한 짐머만에게 무죄평결을 내렸다. 그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 해 2월 발생한 짐머만 사건은 당시에도 미국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마을 자경원단원인 짐머만은 사건 당일 밤 편의점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마틴을 불량배로 오인, 다툼을 벌이다가 격투 과정에서 그를 사살했다.
하지만 경찰은 짐머만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그를 구속하지 않았다.

여기에 흑인 인권단체들이 격분했고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히스패닉계 백인이었던 짐머만이 무고한 흑인 소년을 살해한 것이나, 경찰이 그를 비호한 것이 모두 인종차별때문이란 목소리가 들끓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결국 그해 4월 짐머만은 2급 살인죄로 기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은 불붙던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마이애미는 물론, 뉴욕, 시카고,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에서 항의 집회가 이틀째 열렸고 이는 점차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미 최대 흑인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게 정부가 짐머만을 상대로 생명에 대한 권리 침해로 민사소송을 벌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전역이 짐머만 판결로 들끓던 지난 주말 재미 한인들과 관련 단체들은 또다른 인종차별 사건에 분노해야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방송사 KTVU가 지난 12일 아시아나 214편 항공기 관련 뉴스를 다루며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오보를 했기 때문이다.

KTVU는 사고 항공기의 조종사들의 신원을 공개하면서, 이들의 이름이 섬팀왕 (Sum Ting Wong), 위투로 (Wi Tu Lo), 호리퍽 (Ho Lee Fuck), 뱅딩오(Bang Ding Ow)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름들이 모두 미국식 중국 이름 발음을 이용해 '뭔가 잘못 됐어요', '고도가 너무 낮아', '이런 젠장할', ' 쾅, 쿵, 오!'로 비꼬고 비하한 것이란 점이다.

해당 방송사와 이같은 내용을 알려준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모두 실수였다며 사과성명을 냈다. 조금만 신경써도 보도될 수 없는 내용이 방송화면에까지 나왔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아시안아메리칸 언론인협회(AAJA)'는 " 이번 실수는 아시아나 사고의 비극을 조롱하고 많은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모욕했다"고 성토했다. 뉴욕 한인회도 14일 비판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미국 언론이나 사회에선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갖고 세계를 주도하는 원동력을 '멜팅 팟(melting pot)' 에서 찾는다. 수많은 인종과 이민자의 반목과 갈등을 해결하면서 그들의 지혜와 에너지를 한데 묶어내는 지혜가 미국의 위대함이란 말도 종종한다.

하지만 '짐머만 사건과 섬팅왕 보도'는 인종차별과 이민자에 대한 냉대가 미국 사회 저류에 흐르고 있음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미국 사회와 구성원들의 지혜와 용기가 다시 절실한 시점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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