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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2조원 세입구멍…사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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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지난해 가정 경제권을 박탈 당한 적이 있다. 계획적으로 돈을 쓰지 않고, 벌어오는 금액은 정해져 있는데 쓰는 곳은 많다는 아내의 지적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경제관념이 부족하다는 것.

월급통장은 아내의 수중으로 들어갔고 앞으로는 계획에 따라 사용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아내는 "아이들 교육비에 장바구니 물가는 오르는데, 이것저것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로 아내의 쏘아붙임을 넘어갔는데 잘못은 나에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획재정부가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부족한 세입 12조원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예상했던 수입보다 12조원 구멍이 생긴 것. 이를 메우기 위해 세입 12조원 추경을 편성했다. 국민들에게 돈을 더 달라고 할 수 없으니(증세) 나라를 담보로 빚(국채)을 내 충당하겠다고 나섰다. 잘못 예상한 탓에 국고채 규모가 증가해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누군가 한 명은 "잘못 전망했는데 사과드린다"는 말쯤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16일 추경 편성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은 "추경에서 12조는 세입경정이고, 그렇다면 지난해 세입을 잘못한 것인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질문의 포인트는 이해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현 부총리는 "경제 전망에 어려움은 있지만 전망을 바로잡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예산 편성 때 경제 전망치에 오류가 있었고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결손이 생겼다는 해명이었다.

기자들의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현 부총리 왼쪽에 앉아있던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차관은 지난해 예산을 짤 때 예산실장이었다. 세입 경정 12조원에 책임이 없지 않다. 현 부총리의 모호한 답변에 이 차관의 머리 끄덕임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어려운 일일까? 소통이란 게 솔직함에서 시작된다는 상식을 떠올리게 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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