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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4월, 링컨과 라일락과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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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하나의 순간이 곧 하나의 시대가 되기도 한다. 1863년 11월 어느 날 게티즈버그에서 링컨이 죽은 자들을 추도하며 '자유와 평등'의 대의를 재확인한 그 순간은 미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었다. 단 272개의 단어에 의한 3분여의 짧은 순간은 미국의 제2의 건국이며 민주주의의 한 서사였다. 이 순간 링컨은 어쩌면 전쟁 승패와 상관없이 자신의 소명을 다한 것이었으며, 2년 뒤 그의 죽음은 이 서사의 완성이었다.

그로써 그는 하나의 신전이 됐다. 그리고 그 신전과 신화에 바치는 찬사와 경배는 하나의 장르를 이뤘으며 "링컨에 대해 더 이상 쓸 얘기는 없다"는 단언까지 나오게 됐다. 그러나 그에 관한 얘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개봉된 그에 관한 영화가 3시간의 긴 시간을 필요로 했던 것은 천재감독의 재능으로도 그 이상 압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왜 늘 링컨은 마르지 않는 수원(水源)처럼 되살아나는가. 그는 고전과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책에 고전이 있듯 사람도 고전이 있다면 그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고전은 오늘의 현실에서 늘 새롭게 해석되듯 우리가 링컨을 거듭 얘기하는 건 그에게 새로운 게 있어서가 아니라 오늘, 당대의 문제들이 그를 불러내기 때문이다.

링컨에 대한 숱한 얘기들을 더욱 흥미로게 하는 건 양극단의 평가다. '성자(톨스토이)'에서부터 '협잡꾼'까지의 모습 중에서 무엇이 그의 진면목일까? 아마 그 모든 것일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는 고뇌하는 인간이었다. '정직한 에이브'는 민주주의와 인민, 국가의 소명에 대해 고뇌하고 성찰했다. 그의 싸움은 공화국의 이상으로 돌아가려는 고투였고, 그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과제를 대속한 순교였다고 말할 수 있다.

링컨의 주검 앞에 휘트먼은 '그는 죽었으되 4월이면 늘 피어나는 라일락 꽃처럼 부활할 것'이라고 장엄하게 애도했다. 링컨이 스러진 4월을 맞아 다시 그를 생각한다. 그리고 머잖아 우리의 산하를 물들일 진달래를 기다리며 우리는 우리의 4월, 50여년 전의 함성을 다시 떠올린다. 학생과 시민들의 거룩한 희생을 생각한다. 로마 이래 첫 공화국이었던 미국의 이상을 위해 싸운 링컨이 라일락으로 피어 돌아오듯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제단에 바친 학생과 시민들의 넋은 봄이면 진달래로 돌아온다. 라일락이 필 때, 진달래가 필 때 링컨을 생각하고, 우리의 '순결한 4월'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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