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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노래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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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선 노래방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 노래팡이거나 노래밤이거나 노래펑이거나 노래교실이거나 노래노래이거나 노래장이거나 노래터이거나 노래황이다. '노래' 다음에 간판이 마치 살짝 떨어져나간 것 같은 분위기로 만든 집도 있다. 술이 취해서 보면 영락없이 노래방이어서 들어가 보면 '아가씨 20명 상시대기'에 빛나는 휘황한 룸 술집이다. 물론 요즘은 장사가 안되다 보니 이런 곳에서도 무알코올 손님을 조금 비싼 노래방 비용으로 받기는 한다. 저 '아가씨 20명 상시대기'에 대해서도, 놀라운 마음을 늘 가지지만 인력 유통 과정의 기민한 발달에 기인한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왜 저 '유사 노래방' 간판들은 저토록 버젓하게 늘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궁금함을 참지 못하겠다. 당국의 관계자들이 쌍안대를 하고 다니는 분들이 아니라면, 저 간판들이 안 보일리 없고, 보이면 그저 들어가서 왜 저런 간판을 쓰느냐고 따진 뒤 행정 처분만 해도 금방 근절될 것 같은 풍습인데, 노래팡은 어제도 오늘도 건재하다.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이 노래팡으로 살짝 변장을 하고 영업을 하는 까닭은 뭘까? 주머니 부담이나 퇴폐적 분위기에 대한 염증으로 그런 술집을 들어서는 것을 주저하는 고객에게, 망설임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순간의 착각을 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일단 들어선 손님은 거기에 머무를 확률이 높아지므로, 이 속임수가 영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 틀림없다. 취객은 결행한 행위에 대해선 더 쉽게 호기로워지지 않던가. 저런 간판들이 유행하는 데에 어찌 이유가 없으랴.

올해 신문사에선 이제 국가의 품격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기본을 갖추자는 어젠다의 하나로 '정직'의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정직은 큰 정직과 작은 정직이 있지만, 정직의 기본은 작은 정직에서 시작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실로 깨알 한 알만한 것의 정직이 살아 있어야, 세상의 정직의 기틀이 선다. 장사가 속임수라는 개념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적대적인 공존이던 시절의 각박한 공기를 함의한다. 이 오래된 그리고 유치찬란한 노래팡의 속임수는 어떤가. 파는 자가 정직해지지 않으면 사는 자도 의심을 놓지 않는다. 그러면 파는 자도 복잡한 문법으로 경쟁하고 판매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 작은 이름 하나도 못 바로잡는 나라가, 언제 정직해질까.

<이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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