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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롯데관광 오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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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용산개발 사업방식을 둘러싸고 1년여간 이어진 코레일-롯데관광개발간 대주주 갈등은 결국 롯데관광의 백기투항으로 일단락됐다. 사업의 부도를 볼모로 한 치킨게임에서 롯데관광이 막판에 핸들을 튼 것이다.

지난 28일 롯데관광은 시행사인 드림허브 이사회를 앞두고 코레일이 회생안으로 제시한 4조 규모의 증자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넘겼던 용산역세권개발(AMC)의 지분 45%도 양도한다고 했다. 코레일이 요구했던 조건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서로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벌였지만 돌이켜 보면 코레일의 승리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코레일과 롯데관광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애시당초 롯데관광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창영 사장은 임기가 있는 코레일의 전문경영인인 반면 김기병 회장은 롯데관광의 오너다. 용산개발 사업이 실제 좌초할 경우 정 사장은 경영상의 유한 책임을 지면 되지만 김 회장은 회사의 사활과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
드림허브가 부도가 난다면 코레일과 롯데관광은 각각 2500억원, 1500억원의 납입 자본금을 날리게 된다. 코레일이 절대 규모면에선 더 큰 액수지만 회사의 규모와 견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레일은 자본금 20조원이 넘는 회사지만 롯데관광의 자본금 규모는 50억원에 불과하고 연매출이 400여억원 정도의 중소업체다. 롯데관광 입장에선 드림허브의 부도는 곧바로 회사의 파산을 의미한다.

물론 양측의 사업방식에 대한 견해차가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위기에 처한 사업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에 이견을 달 생각은 없다. 어느쪽의 주장이 더 타당한 것인지도 지금 이 시점에서 판단하긴 힘들다. 양쪽 모두 사익에 대한 고려없이 사업의 성패만을 판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드림허브의 부도 앞에서 정 사장이 김 회장에 비해 담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아기를 둘로 나누란 솔로몬의 판결에 친엄마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건 아기와 자신의 운명을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 사장이 가짜 엄마의 마음이란 얘긴 절대 아니다.

치킨게임은 잃을 게 많은 쪽이 핸들을 틀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지난해 ‘드림허브가 부도가 나면 코레일이 가장 큰 피해당사자가 아니겠냐’는 기자의 말에 코레일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업방식을 코레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없다면 부도도 감수할 것”이라며 “지켜보라”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코레일 경영진은 이번 게임에서 누가 잃을 게 더 많은 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제 용산개발 사업은 코레일의 주도 아래 놓여졌다. 다른 출자사들이나 국가 경제 측면에서 냉정하게 생각하면 사업 주도권이 어디에 있든 사업만 잘 되면 그만일 것이다. 코레일이 추진하는 사업 방향이 실제 사업을 정상화 시키는 '로열로드'가 되길 바란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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