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빵굼터와 파리바게뜨의 대결?
-신유통채널 800여곳..마트,SSM 논의대상서 빠져-제과협 "중기적합업종" 파리바게뜨 "왜 우리만 규제"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대한제과협회와 프랜차이즈 제과업체 간의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제과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을 한 달 뒤로 연기했다.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로의 첨예한 입장차이만 확인할 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당초 '동네빵집'과 '프랜차이즈빵집' 간의 대결로 보이던 빵집전쟁이 대한제과협회와 SPC그룹 간의 대결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제과협회는 SPC그룹 파리바게뜨를 겨냥해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파리바게뜨 가맹점 일부는 '우리도 영세자영업자'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보와 발전적인 합의가 없이 극단적인 갈등만 빚는 현 상황은 '동네빵집을 살리자'는 중기적합업종 선정의 기본 취지를 퇴색시키며 흠집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에 본지는 방향성을 상실한 동네빵집 살리기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찰해보고자 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프랜차이즈업체 외에 신유통채널을 통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곳은 총 800여개다. 홈플러스의 아티제블랑제리 130개, 신세계 가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을 통해 운영하는 데이앤데이는 137개, 롯데마트 등에 입점한 보네스페 97개 등이다. 이 밖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242여개)와 GS 슈퍼마켓(225개)도 각각 매장 내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도 베이커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빵 굽는 편의점' 콘셉트를 선보이며 베이커리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 24시간 운영한다는 점, 기존 유통망을 통해 사업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 힘입어 편의점 베이커리는 현재 1000여개 매장이 있다. 빵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우유, 커피 등 완제품까지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 선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진정성 있는 '동네빵집 살리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형마트와 SSM 내에 있는 베이커리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각 가맹점주가 자영업자이지만 이들 대형마트는 직영이기 때문에 이들이야말로 '대기업 빵집'이라는 것. 이들을 빼놓고는 '동네빵집'을 살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한제과협회는 유독 프랜차이즈, 그중에서도 특히 파리바게뜨만 문제 삼고 있다.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은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제과업이 선택되지 않고 배제된다면 더 강력한 힘을 합쳐 파리바게뜨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이에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논의에서 빠진 채 프랜차이즈에만 칼을 들이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작 큰 산은 그리지 못한 채 두 업계 간에 제 살 깎아먹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제빵업 유통 채널은 기존 양산빵과 윈도베이커리 위주에서 할인마트, SSM, 편의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제과협회와 파리바게뜨 양측 간의 빵싸움으로 집중돼 나머지 베이커리 채널인 할인마트, SSM, 편의점 등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빵집논란은 '파리바게뜨 죽이기'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동네빵집을 살린다는 기본 취지는 퇴색돼 급기야 일각에서는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빵굼터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끼리 밥그릇 싸움이 되고 있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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