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다시 읽는 홍신선의 '마음경.1'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올 겨울 제일 춥다는 소한 날/남수원 인적 끊긴 밭 구렁쯤/마음을 끌고 내려가/항복받든가/아니면/내가 드디어 만신창이로 뻗든가//몸 밖으로 어느 틈에 번개처럼 줄행랑치는/저/눈치꾸러기 그림자

■ 경(經)은 귀한 말씀을 적은 책이지만, 누군가가 앞서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마음에도 길이 난다. 잦은 마음은 길이 되기도 한다. 한번 길이 난 마음은 습관이 되고 상식이 되어 고집을 피우기 일쑤이다. 길을 벗어난 마음을 용납하지 않으려 하고, 제 방식만이 옳다고 우긴다. 그 마음의 주인이 생각을 바꿔 달리 좀 가보자고 해도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이 괘씸한 놈, 마음아. 너 정말 너 죽고 나 죽고 한번 맞짱 떠볼래? 어린 시절 겨울 마른 논 위에서 동무와 이런 몸싸움을 해보지 않았던가? 코피를 흘리고 눈두덩이 붓던 그 싸움 끝에 정해지는 것은, 동무와 나의 서열이었다. 평생 마음을 상전처럼 모셨으니 억울하기도 하다. 이놈을 패대기쳐서 내가 마음의 상전이 되면 되지 않는가. 가장 추운 날 피할 데도 없는 시골 공터에서 마음을 겨우 때려눕혔더니, 그놈은 잽싸게 빠져나가고 몸만 자빠져 누워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