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성공한 오바마는 골프도 열정적, 1위는 단연 아이젠하워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내가 골프광 '넘버 5'라고?"
지난 8일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사진) 이야기다. 공화당 대선주자 미트 롬니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오바마는 사실 국내외 위급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골프를 즐겨 예전부터 '골프광'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미국 골프닷컴이 최근 역대 미국대통령의 골프 실력과 열정, 공헌도를 점수로 환산했더니 랭킹 5위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이후부터다.
이번 대선 기간에 롬니가 "지금은 골프보다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때"라고 꼬집으며 '오바마에게 영원한 골프 휴가를 주자'는 슬로건의 사이트를 개설해 모금을 진행한 까닭이다. 투표 당일 시카고 자택 근처 체육관에서 스카티 피펜 등 미국프로농구(NBA) '왕년의 스타'들과 함께 농구를 즐겼을 정도로 원래는 '농구광'이었다. 하와이 푸나후 고교시절과 컬럼비아대, 하버드대 로스쿨을 다니는 내내 농구에 빠졌다.
골프는 1990년대 중반 상원의원 시절 뒤늦게 입문했다. 꾸준한 연습으로 지금은 핸디캡 16,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주로 홀 당 1달러짜리 내기골프를 즐기지만 게임에는 매우 진지하다는 전언이다. 벌타 없이 다시 치는 '멀리건'은 절대 없고, 이른바 'OK'인 컨시드도 없다. 10타나 11타를 치더라도 끝까지 홀아웃하고, 스코어카드에 빠짐없이 타수를 적는다.
'최고수'는 단연 존 F. 케네디다. 재임 당시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골프장을 찾는 일정을 비밀에 부쳐 오히려 실력을 숨겼다. 고질적인 등 부상에도 불구하고 항상 싱글핸디캐퍼(7~9)의 실력을 과시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통상 9홀에서 끝났지만 40타를 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견고하고, 리드미컬한 스윙이 프로골퍼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가장 스윙이 아름다운 전 대통령이다.
▲ "우리는 골프명문가" 부시 부자(父子)=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41대,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43대 전 대통령은 집안 자체가 최고의 '골프명문가'다. 외할아버지인 조지 허버트 워커와 부친 프레스코트 셀든 부시가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을 역임했고, 프레스코트 부시는 특히 케네스 벙크포트의 케이프아룬델골프장에서 8번이나 클럽챔피언에 등극한 '고수'다.
아버지 부시 역시 핸디캡 11로 실력이 출중하다. 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른손 플레이를 고집했고, 더욱이 18홀을 2시간 이내에 마치는 초고속라운드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레지던츠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잭 니클라우스 등 프로골퍼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골프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은 아들 부시도 핸디캡 15로 고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 '빌리건의 창시자" 빌 클린턴= 재임기간 동안 400회의 라운드로 뜨거운 열정을 과시했고, 멀리건을 좋아해 '빌리건'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백악관의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처럼 골프에서도 규칙을 자주 어긴다는 불명예가 늘 따라다녔다. 연습 샷을 마음대로 쏘아댔고, 그린에서는 너그러운 컨시드를 요구했다. 퇴임 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안양베네스트골프장을 찾았다.
제럴드 포드는 반면 훌륭한 성품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의 스포츠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퇴임 이후에 골프에 전념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루즈벨트박물관에 골프채를 전시했다. 골프대중화를 위해 전국에 300개의 시립골프장을 건설한 점이 독특하다. 로널드 레이건은 대통령 전용기에서도 퍼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뉴스를 만들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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