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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화장실 캠페인’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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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인도의 북부도시 우타르프라데시 부다운에 살고 있는 파라메시와리(60, 여)는 매일 동네 화장실 청소를 한다. 자신의 손과 빗자루 하나가 청소 도구의 전부다. 빗자루로 다른 사람의 배설물을 모아 양동이에 담고, 동네 밖에 버린다. 대가는 약간의 루비(인도 화폐)나 음식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인도의 ‘화장실 캠페인’이 성공했다면 지금쯤 파라메시와리는 직업을 잃었을 것이라며 인도의 공중위생사업과 정부 관료의 부패에 대해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선 1993년부터 법으로 파라메시와리의 직업을 금지하고 있다. ‘배변 청소(manual scavenging)라고 불리는 이 직업은 과거 카스트제도 최하위 계층이 주로 종사했다. 인도의 화장실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하다. 집집마다 커튼으로 가려진 작은 공간의 시멘트 바닥에 볼 일을 본다. 항상 파리가 들끓고 지독한 악취가 진동한다. 이처럼 불결한 위생 환경 때문에 매년 40만~50만명의 1살 이하 유아가 설사로 사망한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인도 정부는 배변 청소를 금지하는 법안 제정과 함께 지난 10년간 집집마다 수세식 화장실을 지어주는 공중위생 사업에 예산을 쏟았다. 올해 편성된 예산만 6억7500만 달러에 달한다.

보고된 결과는 성공적이다. 특히 파라메시와리가 살고있는 우타르프라세시의 경우 전체 가구의 화장실 보급률은 10년 전 19.23%에서 82.47%로 급등했다. 지표상으로는 파라메시와리의 일거리가 대폭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실제 보급률은 변화가 거의 없는 듯하다. 지난해 인도 국가인구통계에 따르면 21.8%만 집에 화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인도인은 “정부 관료가 돈을 챙긴 것”이라며 “그들은 배변청소 직업도 끝난 것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공중위생사업 예산이 이 지역 관료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실제 인도 관료들의 부패는 어렵지 않게 목격돼 왔다. 이들이 저소득층을 위한 양식을 빼돌린다는 항의는 정기적으로 제기됐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급용 음식을 빼돌려 시장에 다시 판다는 것이다. 우타르프라세시의 공공노동장관은 지난 8월 지역 관료에게 “조금 도둑질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선 화장실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부다운 지역 인근 우룰리아에서 2년전부터 대부분의 가구가 화장실을 갖췄다. 과거 손으로 청소하던 화장실이 아닌 배설물이 지하의 하수도로 연결돼 여과되는 수세식이다. 타임스는 지역 주민들이 “파리가 줄고 냄새가 없다”고 만족하는 대신, 배변 청소를 하던 20가구는 마을을 떠났다고 전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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