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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빈섬의 '자생력(自生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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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이승이 지옥이다. 모가지를 내밀기만 하면 커다란 가위가 달려들어 싹수부터 싹뚝 자른다. 그에게는 지상이 거대한 단두대다. 원죄는 내 죄가 아니라는 점, 나는 그저 태어났을 뿐이라는 점, 점점이 찍어 강조하고 강조해본들 이 수천년 풀밭이, 이 영원의 집구석이 콧방귀도 안 뀐다. 하지만 어떤 잡초도 자살하지 않는다는 점, 제 팔자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는다는 점, 깨알같이 흩어져 살아남는다는 점, 점점이 터져나와 점점이 빛이 되는 그것이 오늘의 운세다. 저 무식한 가위를 피하여 세상에 잠입하여 제 풀대를 내고 풀꽃을 피우고 제 풀씨를 날려 요령도 좋게 살아간다. 잡초에게는 이 모든 불편이 생을 분발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 아는가. 치명적인 것이 생명을 돋운다는 것. 이런 대스승을 보았는가.

■ 오래전 다녔던 광고회사 동기모임에서 이 시를 낭송했더니, 양평에서 음악실을 한다는 친구가 그 음악적인(?) 벽에 걸어놓고 싶다고 했다. 봄에서 가을까지쯤 달리면 지치는 순간도 오는 법이다. 그럴 때 돌아보는 생명의 씩씩함.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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