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술 한 잔 마시면 가끔씩 옛날을 추억한다. 내 인생에서 노무현은 무엇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내 인생을 굉장히 많이 규정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적이다. 그것이 꼭 좋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너무 많아서다." (운명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결국 '노무현의 길'에 들어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노무현의 친구'로 불리던 문 후보는 그토록 거리를 두려고 했던 정치의 길 한복판에 위치하게 됐다. 그것도 대권이라는 큰 길에 말이다.
이에 문 후보는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야권통합 운동에 매진한다. 그 결과로 12월에 민주통합당이 출범하자 문 후보는 지난 4월 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당선된다. 정치인 문재인의 길을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시작한 것이다.
문 후보는 총선 당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17일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그동안 정치와 거리를 둬 왔지만 암울한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며 "소수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이 주인이고, 편을 가르지 않고 함께 가는 진정한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문 후보가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년 남짓이지만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지난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내주며 패배하자 이른바 '낙동강 전투' 패배의 장본인으로 몰려 상처를 입기도 했다. 지난 6·9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된 '이박 담합(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논란' 당시 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이문 담합(이해찬 대표-문재인 대선 후보) 논란'과 비문재인 후보 측의 경선 룰 불공정성 제기로 모진 풍파를 겪었다.
'나야 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 못하게 됐다'며 정치인의 길에 들어선 문 후보.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자 했지만 '구 시대의 막내'로 머문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처럼 공평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이제 백일여 후면 알게 된다.
◆ 약력
△1953년 경남 거제 출생 △1971년 경남고 졸업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경희대 법대 졸업 △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 변호사 개업 △2003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4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2005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7년 대통령비서실장,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 △2010년 노무현재단 이사장 △2011년 혁신과통합 상임공동대표 △ 現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부산 사상), 민주통합당 18대 대선후보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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