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문인수의 '코' 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악취는 가련하다./썩은 생선 대가리며 삶은 고양이, 녹슨 쇠사슬 … 무두질의 어둠이 어둑, 어둑, 더러운 거리를 절일 때 한 떨기!/자두 파는 어여쁜 소녀가 지나간다./향기가 "죽인다."/저 장미 백만 송이를 따 끓여낸 영롱한 눈물 한 방울의 고요,/이것이 향수다. 마지막으로 번지는 영혼의 반경이여

문인수의 '코' 중에서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에 꿰어져 나는 한동안 버둥거렸다. 인간은 화장실에서 5분만 있어도 지속되는 냄새에 대한 분별력이 없어지는, 둔한 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 소설 속의 남자는 광장에 뒤엉킨 인간과 사물의 냄새를 미분하고 적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냄새들을 분리하고 재구성하여 그 냄새를 만들어낸 행위와 장소와 상황까지 유추해낼 수 있는 기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 정액 냄새를 분석하여 성관계의 양상과 시간까지 알아낼 수 있다. 작가 김영하는 말했다. "'향수'는 구원이 아니라 냄새를 키워드로 다시 쓴 신약성서다." 그르누이에게서 풍겼던 성스러움과 악마성의 기묘한 결합은 바로 저 신약성서의 패러디에서 온 것이었다. '후각적 예수'. 그르누이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적실한 말은 없을 것 같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포토]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국내이슈

  •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