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가 절정인 7월 말~8월 초에 은행들이 약속이나 한 듯 많은 임직원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결의대회를 여는 모습은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난달 중순 이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학력차별 대출 논란, 대출서류 조작 혐의 등이 잇달아 불거져 은행들이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금융당국이 결의대회를 열도록 종용했는지도 모른다. 은행들의 탐욕적 영업행태가 잇달아 새로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도 덩달아 감독 부실의 책임을 추궁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모두가 진작에 당연히 했어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런저런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은행들의 신뢰도를 생각하면 과연 그러한 정도로 고객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은행들이 잇달아 열고 있는 대회를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용 행사로 본다면 굳이 흠잡을 것이 없지만 고객을 향해 자성과 쇄신을 약속하는 의식으로 본다면 진정을 느끼기 어렵다. 고객은 말이 아닌 실천을 본 뒤에야 은행권 전체와 개별 은행에 대한 평가를 수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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