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일의 경제읽기
외환 위기와 같이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현상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파괴되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경제 전문가들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경고하고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집값 폭락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선방하던 유명 대형마트 3개 사의 월매출 신장률이 -8%를 기록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백화점도 세일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이익을 확대하려고 노력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 경제의 위기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정부가 통 큰 대책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의 위기가 전 세계 금융위기로 번지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과 집값 급락 등 자산가격의 하락을 경고하고 나섰는데도 정부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처럼 현실을 외면하는 사이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급전직하했다.
그로기 상태에 처한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전광석화와 같은 대책을 내놔야 하지만 호들갑만 떨고 있다. 심지어 경제 장관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위기가 왔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화두만을 던져 놓은 채 허둥지둥하는 모양새는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위기관리대책회의, 비상경제대책회의, 경제활력대책회의 등 각종 회의에만 열중하고 있는 꼬락서니도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다.
경제는 심리가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위기를 미리 감지했으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하고도 빠른 대책을 내놔야 한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경제주체와 국민에게 정부에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믿음이라도 줘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유로존을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으라”고 말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같은 믿음직스러운 슈퍼마리오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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