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올림픽 예선 한일전을 보고 총재직 수락을 결심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자농구연맹 임시 총회에서 제6대 총재로 추대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여자 농구에 대해 “박신자, 박찬숙 등 예전에 (농구를) 잘하던 선수들을 아는 정도”라며 “처음에 총재직을 권유받고 사양했지만 지난 주말 한국과 일본의 경기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라고 밝혔다. 충격을 받은 이가 어찌 최 신임총재 뿐이랴.
한국은 지난 1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여자 농구 세계예선 5위 결정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51-79로 크게 져 5회 연속 올림픽 본선 출전에 실패했다. 아무리 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도 질 수 있는 게 스포츠. 하지만 28점 차 대패, 그것도 상대가 일본이라는 사실에 스포츠팬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자 농구에서 일본에 이렇게 크게 진 기억이 머릿속에 입력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글쓴이가 스포츠 기자로 일한 데에는 여자 농구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강원도 철원군 갈말면 지포리에 위치한 신철원초등학교에 다녔을 때 신문에 났던 여자 농구의 페루대회 기사를 열심히 읽었다. 지금도 당시를 또렷이 기억한다. 그 무렵 여자 농구 라디오 중계를 재미있게 들었던 것도 마치 어제의 일 같다. 해설자의 이름도 기억한다. 장이진이다.
뒷날 스포츠 기자가 된 뒤 자료를 뒤져가며 초등학교 때의 기억을 확인했다. 그때 본 기사의 배경은 제4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였다. 당시 글쓴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이 대회에는 상업은행(우리은행 전신) 단일팀이 출전했다. 대회에 앞서 상업은행은 1963년 제1회, 1964년 제2회 박정희장군배쟁탈동남아여자농구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우승했다. 제2회 대회에서 상업은행은 일본 대표인 레이온을 74-56, 73-47로 꺾었다. 이 무렵 여자 농구는 프로 레슬링과 함께 최고의 인기 종목이었다. 일본을 묵사발 냈으니까.
스포츠 기자가 된 뒤 글쓴이는 농구를 맡은 적이 없었지만 늘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4위를 했을 때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4년 전 여자 배구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 가지 못했을 때 글쓴이는 ‘여자 배구 정신 차려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제 이 말을 여자 농구 관계자 모두에게 해야겠다. 여자 배구는 이번에 런던에 간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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