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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한용운의 '설야(雪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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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둘레 산에는 눈이 쌓여 바다 같은데
이불은 쇳덩이같이 차고 꿈은 잿덩이같다
철창도 잠그지 못하는 게 있네
밤중에 들리는 종소리, 어디서 오나

四山圍獄雪如海 衾寒如鐵夢如灰
鐵窓猶有鎖不得 夜聞鐘聲何處來

■ 김광균의 '설야'는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로 귀를 열게 하지만, 한용운의 설야는 몇 겹으로 갇힌 감옥 속에서 듣는 종소리로 귀를 당긴다. 안 그래도 감옥인데, 사방에 눈이 하염없이 쌓여, 갇힌 마음을 다시 섬으로 가뒀다. 외롭고 슬픈 마음에 이불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싸늘하고 꿈마저 으스스하다. 그런 가운데 문득, 가둔 울타리 모두 풀고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있다. 저 종소리의 놀라움. 철창도 가두지 못하는 게 있네. 종소리를 가두지 못한다면, 마음인들 어찌 가둘 수 있으랴. 이 작은 깨달음이, 심옥(心獄)을 다시 푸는 것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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