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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만해 한용운의 '거짓 이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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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슬퍼서 낙화가 될까요./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 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이 될까요.//머리는 희어가도 마음은 붉어갑니다./피는 식어가도 눈물은 더워갑니다./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바다엔 물결이 뛰놀아요.//이른 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 몸이 헤어졌지만 마음은 헤어지지 않은 게 거짓 이별이겠지만, 몸이 헤어진지 오래 되면 마음도 떠난다. 거짓 이별이 떠나면 진짜 이별이 닥치기도 하지만, 이별을 이별하면 다시 만남이 오는 일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마음을 놓지 못한다. 복사꽃 뺨과 푸른 구름같은 귀밑머리는 양귀비를 가리키는 운빈화안(雲花顔)에서 따온 말이다. 아름다운 청춘은 봄바람과 가을볕에 시들지만, 헤어짐을 이겨내려는 마음과 눈물은 더욱 붉고 뜨거워진다. 만남에 뜨거운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별에 저토록 펄펄 끓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선 턱도 없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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