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대기 물량에 기존 시장 '주춤'
지난 주말 찾아간 송도국제도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현재 송도 거래 시장이 일시적으로 멈춰있다며 입지여건이 좋은 분양물량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적잖은 상태라고 전했다. 해외기업 투자 유치와 국제학교 개교 등의 호재에 힘입어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한 단지가 나오는 등 신규 분양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자 기존 주택거래가 4월 들어 급감한 것이다.
◆투기세력 물러간 자리에 실수요가 대체=한때 인천 송도신도시는 성남 판교,수원 광교와 더불어 '수도권 빅3'로 불렸다. 주변의 영종지구와 청라지구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쌓이고 있을 때도 송도는 사정이 달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에 송도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대우건설 과 포스코건설이 같은 입지에 분양에 나서면서 송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계약률도 두 단지 모두 7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초창기 때처럼 투자자들이 우르르 몰리기보다는 실수요자들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았다"며 "송도내 다른 아파트의 경우도 투기 세력들이 없어진 덕분에 거품이 많이 사라져 현재 매매가는 분양 초기보다 떨어진 상태지만 실수요자들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부터 살펴보자' 분위기 확산=송도 시장을 이끄는 것은 노른자위로 통하는 D블록이다. D블록에는 센트럴파크와 송도컨벤시아 등 송도국제업무단지(IBD)의 핵심 시설이 몰려 있다. 또 교육 특구로 국내 최대 외국교육기관인 채드윅 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신청초·신정중·명선초(2012년 3월 개교) 등이 위치해 있다. 자율형 사립고가 2015년 설립되는 것도 호재다.
이렇다보니 연수구로 출퇴근하는 젊은 부부와 자녀를 둔 수요층 사이에선 기존 매매시장 보다는 D블록에 공급될 유망 물량에 관심을 더 두고 있는게 사실이다. 풍림아이원 2단지 입주민 김수진(36세)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엄마들 모임에서 언제 모델하우스를 공개하는지 궁금해 한다"며 "유흥업소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타 지역보다 비교적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자녀를 키울 수 있어 이곳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센트럴파크 조망이 가능한 더샵 센트럴파크 1차와 2차는 송도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었을 때도 분양가 이상의 시세가 형성됐다"며 "센트럴파크 앞 부지와 국제학교 인근에 저렴한 분양가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아 벌써부터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지금이 매매타이밍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H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전월세 임대물량은 찾아볼 수도 없고, 혹 물건이 나온다 하더라도 대기자가 너무 많아 바로 매물이 빠지고 있다"며 "전월세가 턱없이 상승하다보니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 6월 분양 준비 완료=학군과 쾌적한 환경이외에 각종 호재가 송도 시장을 달구고 있다. 이랜드, 롯데, 현대백화점 등이 대형유통시설을 송도에 만들기로 했으며 삼성, 동아제약 등의 대기업 연구시설도 진출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좋은 분위기를 기회로 삼아 분양물량을 내놓고 있다. 대우건설은 센트럴파크 바로 옆 D24블록에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를,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학교가 인접한 D17, D18블록에서 송도 더샵 그린워크 3차를 공급한다.
센트럴파크 푸르지오는 지하 2층~지상 46층 3개동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다. 전용면적 84~143㎡와 펜트하우스(12가구)를 포함한 551가구로 이뤄졌다. 전체 분양가구 중에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84~96㎡가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주상복합에선 보기 드문 판상형 구조로 설계돼 있다.
포스코건설도 비슷한 시기 D17과 D18블록에 전용 60~115㎡ 총 1138가구 규모의 '송도 더샵 그린워크 3차'를 분양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발호재가 가시화되려면 2~3년 정도는 두고 봐야한다고 예상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시장상황이 어려운 데다 송도지역에 분양대기 중인 물량이 많아 높은 계약률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송도는 여전히 매력적인 지역이고 분양가 거품이 빠졌다는 점에서 실수요 위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