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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노래방 화재 참사는 人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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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밤 부산 부전동의 한 노래방에서 불이 나 9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화재에 취약한 내부 구조, 종업원들의 미숙한 초기 대응, 소방당국의 부실한 점검 등이 화를 키운 주 요인이라고 한다. 밀폐공간에서 화재사고가 날 때마다 지적되던 문제점들이 고쳐지지 않고 재현됐다. 한 마디로 인재(人災)나 다름 없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극을 봐야하는 것인지 안타깝다.

불이 난 노래방은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했다. 창문이 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에 통로가 미로처럼 돼 있어 피해자들이 탈출구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스프링클러 시설도 없었다. 게다가 건물 외벽이 통유리로 돼 있어 손님들이 창문을 깨고 탈출하기도 불가능했다. 벽과 천장은 불에 잘 타고 유독성이 강한 자재로 돼 있었다. 불이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소방당국의 부실한 점검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불이 난 노래방 건물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을 떨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 화재 초기에 종업원들도 허둥대며 사고를 키웠다. 소방서에 신고도 하지 않고 불을 끈다며 시간을 끌었다. 손님들을 신속하게 대피만 시켰어도 인명피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호프집 등과 같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불이 나면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쉽게 대피하고 빠르게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곳에 스프링쿨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현재 1000만원 이하인 시설 보완 명령 이행 강제금을 높이는 등 규정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상구도 찾기 쉽도록 해야 한다. 불이 나면 자동으로 노래방의 영상이나 음향 장치가 멈추고 화재 사실을 즉각 알리는 화재감지 시스템도 생각해 볼 만하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화재 위험이 큰 전국의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성을 전면 재점검하기 바란다. 시설 규정이 법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종업원의 안전 교육은 제대로 돼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업주들도 비용을 아끼려고 안전 시설을 소홀히 하다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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