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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쓰레기도 디자인하면 예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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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해 가는 것, 진화다. 살아 있는 것에서부터 죽어 가는 것 혹은 이미 죽은 것들도 진화한다. 바로 디자인을 통해서다.

수명을 다해 버려진 것이 디자인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최근 공공디자인은 물론 기업의 제품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이 리사이클(Recycle)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리자인(Resign)' 바람이라고 볼 수 있다.
몸에 좋은 것을 먹기 위해, 입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돼 있다. 그러나 디자인의 발상 전환과 선택이 버려진 것들을 진화시키고 있다. 산업의 파수꾼인 버려진 컨테이너가 카페나 전망대가 되고, 버려진 폐하수관이 자연 속에서 호텔방으로 변신한다.

우리에게 화려한 밤거리를 활보하는 자유를 선사한 것으로 내뿜는 매연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발전소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위험하고 비싼 쓰레기다. 우리에게만 그렇다. 영국의 뱅크스화력발전소는 예술공간으로 변신, 영국문화의 자존심이 되었다. 담배 피우는 발전소로 이슈화된 덴마크의 발전소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국제 건축디자인 공모전에서 만장일치로 우수작에 선정됐다.

덴마크의 발전소는 시민에게 자원과 에너지 소비에 대해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하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지붕에 시민을 위한 스키 슬로프를 설치하고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매연은 굴뚝에 일정한 양이 될 때까지 모았다가 한 번에 도넛 형태로 내보내도록 설계됐다.
사인도 진화한다. 어느 도시든 역사문화관광지는 외래 방문객에게 도시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아무리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으로 치장된 도시라도 그 도시의 품위와 위엄, 그리고 오랜 시간을 견디고 이뤄낸 성과에 대한 반증은 역사자원 속에 담겨 있다. 서울은 600년간 이어 온 우리의 수도로 지금의 세계도시 서울을 이루는 근간 역시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 이미지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한 외래객이 선호하는 문화관광활동으로 한국 전통문화 체험(18.4%), 고궁 및 역사유적지 방문(16.5%), 쇼핑(15.1%), 민속 축제 및 행사 관람(13.8%) 등이 높게 나타났다. 공연예술보다는 유적지 방문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문화 자원을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어느 것이 문화재인지 안내판인지부터 가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시 문화재 안내 사인은 기존 판형 사인이라는 고정화된 디자인을 뒤집는 시도로 투명 유리에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인쇄해 넣은 디자인이다. 안내판은 '가림 없는 틀'로 진화했다. 깊이감 있는 그러데이션으로 배경이 스민 정보, 뛰어난 가독성, 가림 없는 진화. 세월을 배경으로 처음처럼 초록을 배경으로 화강석을 배경으로 그림의 틀이 된 사인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시대, 더 이상 정보는 형태에 담겨 있을 필요가 없다.

버려진 공간의 진화는 디자인의 가장 순수한 목적이다. 어두침침하고 냄새 나고 왠지 건전치 못한 사람들이 모여 밤을 보내는 곳이란 생각을 가지게 된 그곳, '화려한 도시의 파편' 다리 밑이 진화하고 있다. 마포대교 다리 밑은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리다 비를 피하고 그늘을 얻을 수 있는, 그러나 해가 지면 무서워지는 그저그런 공간이었다. 이곳이 서울색을 입고 꽃단장을 하고 나니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색동옷 갈아입은 다리 밑으로 모인 사람들은 강자보다는 약자들이다. 치장이라 쓴소리를 듣던 디자인이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다.

화려하게 떠 있는 고급 문화와 소박하게 개방된 문화의 격은 같다. 디자인을 통한 진화, 이제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

김현선 김현선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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