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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연말 보도블록 파헤치기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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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낯익은 풍경이 하나 있다. 보도블록을 교체한다며 시도 때도 없이 길을 파헤치는 모습이다. 좋은 날 다 놔두고 하필 겨울에 작업을 하느라 인부는 인부대로 고생이고 시민은 시민대로 불편을 겪는다. 연례행사처럼 멀쩡한 새것을 색깔이나 모양을 바꾼다며 부산을 떨고는 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들은 보도블록 하나도 수십 년씩 사용한다고 한다. 길에서 역사가 묻어난다. 아무 때나 보도블록을 바꾸거나 길을 파고 덮는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보도 공사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주먹구구식 공사 관행이 이어져 온 때문이다. 지자체가 연말이면 남아도는 예산을 다 사용하기 위해 불필요한 공사를 하는 탓도 크다. 예산을 허투루 쓰면서 시민의 안전까지 해치는 잘못된 관행이다.
서울시가 이런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시민의 안전한 보행권을 보호하기 위한 개선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어제 보도블록을 교체할 때 공사 관계자의 이름을 보도에 새기도록 하는 보도공사 실명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보도블록 10계명'을 발표했다. 부실공사 업체는 서울시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 안전한 임시 보행로 설치, 파손자 보수비용 부담 등도 들어 있다.

무엇보다 '연말 예산 털어쓰기'의 대표적 유형인 겨울철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게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보도공사 Closing 11제'를 도입해 11월 이후 보도블록 공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는 보도 위 불법 주정차, 적차물 방치, 오토바이 주행 등도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10계명을 실천하는 한편 2014년까지 지속적으로 시민 보행권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뒤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도 참고할 만하다. 제대로 지켜진다면 사업의 효율성을 감안해 아끼거나 줄이기보다 남는 예산을 연내에 무리하게 다 사용하려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거나 도로를 파헤치는 등 낭비적 행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민이 올겨울에는 거리를 안전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실천과 확인 행정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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