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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시간 맞춰 방송만 내보내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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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선데이> ‘1박 2일’ KBS2 일 오후 5시 10분
평소에도 <해피선데이> ‘1박 2일’이 엄청나게 감각적인 편집을 뽐내는 예능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제작진과 멤버들이 대거 교체된 시즌2는 아직 완성된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3주에 걸쳐 방영된 전남 강진 편은 역대 최악의 에피소드라 할 만하다. 최재형 PD를 비롯한 주요 제작진이 KBS 새노조 파업에 동참하자, 사측은 결방을 막기 위해 프리랜서 PD 2명의 손에 모든 편집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2주짜리 촬영분을 억지로 3주 분량으로 늘리며 방송은 재앙이 되었다. 마을 회관 잔치는 기계적으로 들어간 자막과 웃음소리를 빼면 흡사 홈비디오 수준으로 편집되었고, ‘MC=마을 커플’과 같은 말장난이나 이수근과 성시경의 키를 소재로 한 농담처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소화되었어야 할 개그들은 주렁주렁 달린 설명과 반응 쇼트에 질식해버렸다.

프리랜서 PD의 역량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명색이 자사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단 두 명의 손으로 급하게 땜질해 방송에 내보낼 생각을 한 사측의 무성의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박 2일’의 최고 강점은 각종 레이스와 복불복이 빚어내는 리듬, 그리고 멤버들과 현지 주민 간의 교류에서 건져 올린 감정선이었다. 그러나 두 명의 PD가 허덕이며 시간 순서대로 촬영분을 조립하는 선에서 간신히 편집을 마치는 동안, 특유의 리듬도 감정선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코끼리 코 대결 같은 몸개그와 삑삑거리는 풀피리 소리뿐이다. 비록 취소되긴 했지만, 사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 최우선”이라 말하며 대체인력으로 촬영을 강행하려 했다. 부디 사측이 생각하는 시청자와의 약속이, ‘완성도야 어찌 되었든 일단 시간 맞춰 방송은 내겠다’는 뜻이 아니기를 바란다. 주방장이 자리에 없다고 채 익지도 않은 음식을 손님에게 내놓아선 안 된다. 사측이 아는지 모르겠는데, 세상에선 그걸 흔히 상도의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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