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관리자의 임금 차별 또는 승진에서의 불평등 등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은 여성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리더십'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부당하게 저평가 받는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와 같은 '양적 기준'으로 충성심을 평가한다면 여성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여성은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휴일 근무에 대처할 수 있는 재량권이 남성보다 적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아이를 갑자기 맡길 곳이 없기 때문에 야근이나 휴일 근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충성심이 뛰어난 여성이라 할지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일차적으로 가사 및 육아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출장이나 해외근무 등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슈퍼우먼형 워킹맘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일단 워킹(working)은 하는데 맘(mom)은 되고 싶지 않은 신세대 여성이 늘고 있어서다. 자녀의 결혼이 늦어져 걱정하는 분들에게 어떤 며느릿감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생각 외로 바쁘게 직장생활 하는 며느리를 원치 않는다. 아들에게 따듯한 아침밥을 차려줄 수 있어야 하고 손자를 최소 둘 이상 낳아 정성껏 키울 마음씨 곱고 현명한 여성을 찾는다. 그런데 문제는 전업주부로 살겠다는 딸들이 흔치 않다는 점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주저없이 결혼을 뒤로 미루는 여성이 오히려 더 많다. 슈퍼우먼으로 살면서 일과 가정을 모두 성취하려 애썼던 선배 세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과 자기실현을 최우선으로 둔다.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실질 소득' 차이가 15%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소득 차는 106만원이지만 부족한 가사노동 시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소득 차는 36만원에 그친다고 한다. 육아 및 가사노동의 질이 떨어지는 것 등을 감안하면 맞벌이를 하는 것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 세대보다 경제적 타산에 더 밝은 신세대 여성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워킹맘이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할 수밖에 없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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