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총재 후보로 지명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두루 작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세계은행 총재를 유럽과 미국이 각각 독식해온 데 대한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그 하나다. 아시아 중시 전략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 총장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첫 아시아계 총장 후보로 발탁되는 파격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이 보건 외에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은 없어 세계은행의 광범위한 이슈를 감당하기에는 경험의 폭이 좁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세계은행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사실을 간과한 단견이다. 세계은행의 역할은 개도국의 경제개발 지원 위주에서 빈곤국의 질병과 가난 퇴치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보건 운동가인 김 총장은 변화하는 세계은행 총재에 적격이다. 세계 각국이 환영하고 주요 언론이 '이상적인 선택' '고무적인 일'이라고 논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 총장은 후보 지명을 받고 "국가와 세계에 봉사하고자 수락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의 역할은 경제위기와 빈부격차의 심화 등으로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세계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개선하고 기아와 빈곤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모쪼록 김 총장이 봉사의 리더십을 발휘해 세계은행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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