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시제1호, 이상의 '오감도' 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수수께끼같은 진술들의 실마리를 시의 전체 제목인 오감도(烏瞰圖)에서 찾는 것이 어떨까. 조감이란 새의 위치 즉 허공이나 나뭇가지 위에서, 새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일이다. 오(烏)는 새(鳥)의 눈을 뺀 이미지다. 이상은 이 '눈이 없음'을 시의 착안으로 삼는다. 오감도는 '눈이 없는 새가, 새의 위치인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린 그림'이란 뜻이 된다.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아무 것도 보지 않는 모순. 이 모순이, 오감도의 저 음울한 풍경들을 찍어내는 '가상현실' 기법의 장치이다. 이상은 13명의 아해를 골목에 뿌려놓으면서, 공포의 경마 게임에 참여한다. 이상이 설정해놓은 '골목'이라는 공간을 주목하라. 그가 본명 김해경을 두고 다른 성과 함께 상(箱)이라는 흔치 않은 이름을 쓴다. 상은 상자다. 박스(BOX)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들어간 그 상자이다. 나는 공포의 골목을 탈출하는 14번째 아해, 이상을 만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